약진하는 중국·일본
정부 강력한 지원받는 중국, 인도네시아·태국서 수주 성과
일본도 인도에 신칸센 수출

입찰 참여도 못하는 한국
대다수 국가 '동력분산식' 채택…우리는 아직 상용화 못해
정책금융도 경쟁국보다 부족
중국과 일본이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서 대규모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세계 철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세계 각국이 진행하는 고속철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도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0년 국내 기술로 고속철을 상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수주를 한 건도 따내지 못한 채 ‘세계 고속철 시장의 지진아’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일본 고속철은 '질주'하는데…한국은 해외수주 '출발'도 못했다

中·日, 경쟁하며 무한질주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미국, 태국 등에 고속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소피아 잘릴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계획장관은 지난달 2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을 만나 “(고속철 건설 계획과 관련한) 중국의 제안을 환영하고 싶다”며 사실상 중국 고속철을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은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370㎞ 구간 고속철도 사업과 태국 농카이~방콕~라용 867㎞ 구간의 철도복선화 사업도 따냈다. 지난달에는 중국 철도기업과 인도 현지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뉴델리~뭄바이 간 1200㎞ 고속철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 낙찰자로 선정됐다. 중국은 영국 런던과 버밍엄을 잇는 고속철 건설 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고속철 관련 기술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2002년 고속철 독자 개발에 실패했다. 2004년부터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 등 외국 기업에 자국 시장을 내주면서 기술을 이전받았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을 시작으로 실적을 쌓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해외 수주에 나섰다. 현재 중국 내 고속철은 총 1만7000㎞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중국 고속철 성장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도 태국과 인도 등에 고속철인 신칸센을 수출하고 있다. 인도 뭄바이~아마다바드 500㎞ 구간에 대한 사업성조사위원회는 지난 7월 인도 정부에 신칸센 방식의 철도 시스템 채택을 권고했다. 이 사업은 총 9800억루피(약 17조6000억원) 규모다. 일본은 또 태국 정부와 방콕~치앙마이 670㎞ 구간에 신칸센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업 규모는 4300억바트(약 13조9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은 세계 최초 고속철이라는 타이틀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다. 태국에 신칸센을 수출할 때는 낮은 금리의 차관 제공과 고속철 기술 전수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고속철 수주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동력분산식 도입 늦어

한국은 다르다. 2010년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철(KTX-산천)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 수주 실적은 전혀 없다. 고속철 사업 발주국가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입찰에 참여한 경험조차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실적 부재와 금융지원 부족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국가는 ‘동력분산식(전동차 차량마다 동력원을 장착한 방식)’ 고속철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은 ‘동력집중식(맨 앞과 뒤 두 개 전동차에만 동력원을 넣는 방식)’ 고속철 차량을 상용화한 경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동력집중식 방식으로만 고속철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2012년 동력분산식 열차를 개발했지만, 정부는 안전점검을 이유로 상용화 계획을 미뤘다.

정부는 최근 서해선(화성송산~홍성)과 경전선(밀양~광주)에 동력분산식을 채택하기로 했지만, 이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0년까지 현대로템을 비롯한 국내업체는 동력분산식 열차 운영 실적을 쌓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주는 동력분산식 실적이 있는 업체로 대부분 제한해 국내 기업은 아예 지원 자격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작부터 동력분산식을 도입해 실적을 쌓은 일본과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업계에서는 정책금융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발주국에 금융을 지원하고, 일본 역시 정부가 나서서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 관련 예산을 부담하거나 채무보증을 할 수 없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노리고 있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등도 동력분산식으로 발주될 가능성이 높아 수주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며 “아시아 철도 시장은 2019년까지 약 60조원, 세계 시장은 약 2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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