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아주 밀접하다. 단순 계열사 관계 이상이다. 서로가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하며 성장해왔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두 회사 협력의 결정체다. LG전자에서 생산하는 TV, 스마트폰 중 70%가량이 LG디스플레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사용해 제작될 정도로 의존도도 높다. 한마디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나란히 성장하는 관계다.

이런 관계에 최근 균열조짐이 엿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LG전자 TV부문의 실적이 나빠지다 보니 서로를 탓하는 소리도 들린다. 의존도가 높다 보니 어려움을 함께 겪는 구조라며 이를 극복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는 OLED TV 가격을 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세계 TV시장의 99%를 차지하는 LCD TV를 제치고 OLED TV를 ‘대세’로 키우려면 가격을 내리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을 ‘더 싸게, 더 많이’ 공급해 달라고 ‘사정 반, 압력 반’을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상황이 불만이다. OLED 패널을 TV용으로만 LG전자에 싸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OLED 패널은 디지털 샤이니지(전광판), 자동차 계기판 등 기업 간 거래(B2B) 아이템에 공급하면 TV보다 이익을 두세 배 더 남길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형님’ 사정 때문에 TV에만 집중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불만은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사오는 LCD 패널 비중이 50% 남짓이고 나머지는 BOE 등 중국 업체에서 사온다”며 “LG전자도 값싼 중국 LCD 패널을 더 많이 쓸 수 있으면 수익성이 이렇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회사는 OLED 시장 확대를 위해 함께 힘을 쏟고 있다. 한 LG 관계자는 “OLED의 협력은 더욱 강화하되 LCD 패널의 상호 의존도는 조금 낮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