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모바일 제4산업혁명 삽시간에 덮칠 것"
“21세기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시작된 새로운 산업혁명은 전례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괴적인 기술’이 조그만 파도가 아니라 해일처럼 삽시간에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정부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 세계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 학자들이 참석하는 다보스포럼을 매년 주최하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77·사진)은 7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명예박사 수여식에 참석해 “증기기관차, 전기, 컴퓨터 발명에 이어 ‘제4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혁신이 정부와 기업, 개인의 정체성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출신인 슈바프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스위스연방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1년 처음 WEF를 창립한 뒤 45년째 이끌고 있으며 1979년부터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집필해왔다. 그는 글로벌 리더 양성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KAIST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슈바프 회장은 “18세기 산업혁명이 경제 효과로 이어지는 데 100년 넘게 걸렸지만 21세기 산업혁명은 전례 없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인류는 한 번도 겪지 못한 ‘미증유의 초입’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혁신이 제품 하나의 변화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시스템 전체가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헬스케어 분야만 해도 원격의료가 등장하면서 의료현장이 가정으로 바뀌고, 디지털 의료기기를 활용하면서 의료산업에서 급격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와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인 우버는 ‘공유경제’를 일으키며 기존 산업을 재편하고 있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뇌 연구에서도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했다.

슈바프 회장은 이런 변화가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지만 위기를 가져오거나 위계구조를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예측 가능한 로봇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개인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적은 노동력과 자재를 소비하는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고숙련 노동과 비숙련 노동이라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져 고용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슈바프 회장은 피하기 어려운 이런 변화를 적극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은 시민사회에 힘을 실어줬고, 정부의 통제에서 점점 더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규제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기술 시대에 실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이해당사자라는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