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핀테크·O2O 서비스…중국, 경쟁 통해 혁신 시대 열었다
한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핀테크(금융+기술)와 택시 예약이나 배달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과 중견기업까지 달려들어 이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당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에는 인수합병(M&A)과 제휴 제의가 넘친다.

핀테크나 O2O 서비스는 바다 건너 중국에서 이미 익숙한 서비스다. 춘제(春節·설)인 지난 2월18일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을 통해 송금된 ‘훙바오(紅包·세뱃돈)’ 횟수는 10억건을 헤아린다.
[뉴스의 맥] 핀테크·O2O 서비스…중국, 경쟁 통해 혁신 시대 열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막 시작되고 있으나 텐센트는 몇 년 전부터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최대 택시 예약서비스인 디디다처(滴滴打車)의 지난해 하루 사용자 수는 520만명이다. 텐센트가 2012년 설립한 택시 예약 서비스업체 디디다처는 최근 경쟁사 알리바바의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했다. 두 회사를 합친 기업가치는 8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혁신이라는 단어에 많은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혁신의 진원지로 부상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내 디지털화는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쥐(BAT) 3인방’으로 불리며 중국에서 최고 영향력을 지닌 기업으로 등극한 바이두(Baidu·百度), 알리바바(Alibaba) 및 텐센트(Tencent)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3790억달러(8월26일 현재)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디지털화는 민간 영역뿐 아니라 공공 부문까지 확산됐다. 상하이시 당국은 위챗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스모그 테스트 일정을 짜고, 여권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타 11개 민원서비스를 위챗과 연동해 제공 중이다.

美의 두 배인 6억명 인터넷 사용

중국은 막대한 시장 규모를 배경으로 빠르게 디지털화를 이뤄냈다.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6억명)는 미국(2억7000만명)을 두 배 이상 앞지르며 세계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내에서의 적극적인 투자다. ‘박쥐 기업’들은 산업부문 안에서 종횡무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O2O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목표로 총 100억달러를 들여 모두 46개 업체를 사들였다.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엑시트(exit·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둘째, 메이저 3사의 치열한 접전을 들 수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작은 각각 달랐다. 바이두는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에서, 텐센트는 카카오 같은 메신저 서비스에서, 알리바바는 G마켓 같은 전자상거래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들은 여행 및 택시 예약, 지역 음식 배달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 자체를 확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 예약 앱을 도입하던 초기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 등 업체들은 택시 기사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며 파이를 키웠다.

치열한 경쟁이 시장 넓혀

세 번째 비결은 단순성과 재미다. 중국 인터넷 회사들은 재미를 추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 저변을 넓혔다. 예를 들어 중국 보험사들은 비행기가 연착하면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20위안의 보험료로 비행기가 3시간 이상 지연되면 승객들은 300위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기업과 전통적 기업 사이의 파트너십이다. 중국의 대표적 보험사인 핑안보험(平安保險)은 알리바바 및 텐센트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중국 최초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 온라인을 설립했다. 중안 온라인은 설립 1년 만에 1억5000만명의 고객 및 6억3000만건의 계약을 확보했다. 최근의 투자유치 과정에서는 100억달러를 웃도는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예로는 텐센트와 중국 국영방송 CCTV 간의 파트너십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텐센트는 지난 춘제 때 국영 CCTV의 설 특집 생방송 쇼에서 스마트폰을 흔들어 훙바오를 챙기는 특별 이벤트를 통해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중국보다 시장이 한참 작은 한국 인터넷·모바일업계가 중국과 규모의 경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의 혁신 사례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은 있다.

첫째, 국내 선도적 인터넷 업체 간의 투자와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사례는 경쟁을 통해 산업에서 새로운 혁신을 창출했음은 물론 인터넷 상거래 시장 역시 함께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혁신 서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서비스도 있다. 예를 들어 택시 예약을 위해 추가 팁을 설정하는 등의 기능은 위법이다. 하지만 중안 온라인이 제공하는 1위안 보험상품 등의 혁신성에서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한국의 대기업그룹은 CCTV나 핑안보험의 사례에서와 같이 대표적 인터넷 업체들과 혁신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기업을 경쟁 상대로만 보지 말고 협력 대상으로 바라보자는 말이다.

해외 서비스 유치 필요한 한국

마지막으로, 정부는 ‘O2O 혁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해외 서비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택시 예약 서비스인 ‘우버’는 한국에서의 영업은 축소했으나 중국에는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에 매우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매우 빨리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효율적 제조기지 그 이상이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의 본거지가 된 중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용진 < 맥킨지 서울사무소 시니어 파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