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6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8월 수출액은 39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7%나 급감했다. 감소세도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철강 섬유 선박 등 모든 품목에서 감소세다. 반도체, 휴대폰, 화장품 수출이 다소나마 늘고 있다는 데 위안을 삼을 정도다. 그토록 힘들게 달성했던 교역 규모 1조달러의 금자탑이 불과 5년 만에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만 팽배해지고 있다.

물론 수출이 안 되는 건 중국 경기 둔화와 세계 경제 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뿐 아니라 모든 수출국이 ‘차이나 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나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산유국과 자원국 경제도 곤두박질이다. 이 같은 나라들이 모두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라는 사실에 심각성이 있다. 다른 나라들도 국제무역의 감소추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교역 규모가 이미 10% 이상 줄었다는 통계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 간에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결과다. 그렇다고 환율 정책과 같은 단기 응급처방으로 수출이 늘어날 문제는 더욱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연구팀이 107개 신흥국의 환율과 교역량을 조사한 결과 통화가치가 1% 하락하더라도 수출량은 전혀 늘지 않고 대신 수입만 0.5% 줄어들었다고 한다. 약세 통화는 승수적으로 무역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수출을 늘리고 무역흑자를 내는 기업은 많다.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미국의 GE, 한국의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리고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이나 시장지배력이 있는 품목을 확보한 기업들이다. 피 말리는 제조업 경쟁력 싸움에서 이긴 기업들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이 많아야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 2조달러도 꿈꿀 수 있다. 독일은 1조달러에서 2조달러로 가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외생적 요인만 탓할 게 아니다. 지금 경제 전반의 고도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천수답 경제’에서 맴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