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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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하진 기자]4년간 몸담았던 그룹을 탈퇴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됐다. 서럽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울컥해서 눈물도 쏟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노래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바닥인 자존감도 높이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하고 있는 스물아홉의 어느 날들. 그는 그렇게 ‘나인뮤지스 류세라’가 아닌 ‘류세라’로, 홀로 설 준비 중이다. 류세라는 오롯이 혼자서 신곡을 발표하고, 음반도 냈다. 음원이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음반을 주문한 이들만 들을 수 있는 값진 노래를 홀로 준비하고 완성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류세라는 해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작업을 즐길 생각이다. 1년 전보다 훨씬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무엇보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은 류세라는 앞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Q. SNS에 떠도는 영상을 보고 근황을 접했어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걸그룹의 멤버가 아닌, 가수 ‘류세라’로 살고 있더라.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뭉클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우선, 회사에서 나온 직후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류세라 : 베트남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한 달 정도. 고생을 엄청 했죠.(웃음) 이야기가 긴데, 소매치기를 당했거든요. 여행 후에 힐링이 될 줄 알았는데.

Q. 베트남에서 한 달이라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그래도 얻은 것이 있겠어요
류세라 : 소매치기를 당하고 충격을 받았죠. 데뷔 이후부터 줄곧 마음과 머릿속에 따라다녔던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멈췄어요. 베트남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장비를 다 가져갔거든요. 이걸 다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고, 혼자 낑낑대며 그걸 다 들고 다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 ‘사람이 얼마나 산다고…’라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매일 한국에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마음먹고 온 한 달동안은 어떻게든 해보자고 했죠.

Q. 분명 베트남인데, 어째 인도에 다녀온 느낌이랄까(웃음)
류세라 : 정말(웃음). 그렇게 한 달을 버티면서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닌데 굳이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이 내려놓게 됐고, 내가 무엇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났어요. 그저 내가 좋아하고, 해주고 싶은 걸 떠올리게 됐죠. 그래서 이번 음반이 탄생한 거고요.

Q. 영상을 보고 정말 놀랐는데, 베트남 여행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거군요
류세라 : 여행을 다녀온 뒤 회사를 알아봤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연기자 준비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동안 꾸준히 곡을 만들었어요. 탈퇴하고, 작곡도 조금씩 배우고.

Q. 탈퇴 이후 음반을 내놓은 것 보니, 음악 작업은 꾸준히 계속 한 것 같은데
류세라 : 부산에 있는 집에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만들어놨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거기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죠.

Q.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군요. 그래서 혼자 하게 됐고요.
류세라 : 사실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견딜 수 있었어요. 처음엔 혼자 다 하려니 막막했죠.
류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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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혼자서 다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류세라 : 처음에는 음반을 내도 100장이나 팔릴까, 반신반의했어요. 추가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팬들이죠. 옛날의 영상을 보고 ‘그립다’고 말하는 팬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무언가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을 기다리며 설레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 설렘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친구 한 명이 음반 주문서도 받아주고 배송 확인 부분을 도와줬어요.

Q. A부터 Z까지, 처음부터 끝까지..그래도, 해냈네요
류세라 : 친동생이 도와주긴 했어요. 근데 그건 극히 일부분이고(웃음), 처음부터 1000장을 계획했다면, 어디든 회사를 들어가서 음반을 만들었을 거예요. 혼자 스프레이 뿌리고 말리는 작업부터 포장하고. 더 예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뭐, 시간도 많으니까.(웃음)

Q. 근 4년을 걸그룹의 멤버였는데, 만들면서 울컥했을 것도 같은데
류세라 : 사실 스프레이 뿌릴 때 울기도 했어요. 걸그룹일 때는 샵에 데려다주면 누워서 샴푸하고, 머리 한 다음 이동하고 차 안에서 주는 밥 먹고 자다가 도착하면 공연하고 이런 일의 반복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르죠. 샵도 제가 알아보고 예약하고(웃음).

Q. 그래서, 음반 배달도 직접? 팬들의 후기를 보고 한참 웃었어요
류세라 : 직접 드리고 싶었어요. 고맙잖아요. 음반을 주문해주시는 게. 전화를 하고 가지 않아서 부재가 많았어요. 10명을 찾아갔는데, 집에 계시던 분은 둘, 셋 정도. 미리 연락을 하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저도 무척 아쉬웠어요. 마음 같아선 모두 직접 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으니 10명으로 줄였죠. 정말 고마웠어요. 1년 동안 저를 잊지 않고, 가입을 하고 신청하고 주문까지…감사하죠.

Q. 탈퇴 후 SNS에 올라오는 영상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럼 그것도 혼자 한 건가요
류세라 : 랩을 한 영상! 그거 편집하는데 일주일 반이나 걸렸어요. 영상은 혼자 찍을 수 없으니까 학교 후배 두 명이 도와줬어요. 무페이라…(웃음), 그 친구들에게 편집까지 도와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직접 했거든요. 친구들이 소스를 가져다주면 그걸 보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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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변에 조금만 손을 뻗으면 잡아줄 사람이 많았을 텐데, 도움 없이 혼자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묻어나네요
류세라 : 물론 도와주시겠단 분들이 있어요. 근데 도움을 받고 끝내기가 미안한 거죠. 어쨌든 올해는 어떻게든 혼자 해보자는 마음인데, 도움만 받고 ‘빠이빠이’하는게…

Q. 혼자를 고집한 이유라도 있나
류세라 : 음반을 만들 때 포부가 있었어요. 혼자가 음악을 하려는 청소년들이 있어요. 요즘은 시스템 속에 들어가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만들어지는 시대잖아요. 그런데 혼자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아직 그 목표는 이루지 못한 것 같지만요.

Q. 혼자라면 부족한 것들이 많을 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부분은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고민이 많았겠어요
류세라 : 혼자로는 저의 기준을 충족 못할 것 같았어요. 뮤직비디오는 어느 정도, 음반의 소리는 어떻게 등이 이미 심어져 있는데. 세션, 라이브 등이 제가 갖고 있는 기준이 못 미쳐서 많이 힘들었어요.

Q. 후회..해요?
류세라 : 후회라기 보다, 어차피 곡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쭉 갈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에 제가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의 이런 생각도 못하지 않았을까요.

Q. 이제 정말 ‘나인뮤지스 세라’에서 ‘류세라’가 됐다
류세라 : 항상 ‘나인뮤지스 세라입니다’라고 인사했는데, ‘류세라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적응이 잘 안됐어요. 마음도 아팠고요.

Q.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어떤 창구를 통해서 근황을 전하고 알릴 법도 한데
류세라 : 이슈가 되는 것과 저의 진심이 통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고 싶은데, 그 고민이 컸어요. 이슈가 되는 것이 좋은 건지, 소수지만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Q. 신중하다고 해야 할까
류세라 : 걱정이 많아요. 제가 변할 것 같아서요. 큰 걸 이루지 않았지만, 활동할 당시에도 ‘확 뜨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했다니까요.(웃음)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교만하지는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어요.

Q. 강할 것 같은데, 약한 면이 있네요
류세라 : 누군가가 그냥 말을 던진 건데도, ‘어? 나한테?’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자존감이 낮았기 때문에 누가 공격하면 욱하죠. 베트남 여행에서 마지막 2주 정도는 여자들만 있는 숙소에서 지냈어요. 거기 있는 분들과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는데 사람 대 사람이란 걸 알았죠. 어떤 타이틀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소중한 사람이란 걸 모두 잊어 버리고 사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 그 자체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죠.

Q. 도대체 왜 자존감이 낮은지, 이렇게 예쁜데(웃음)
류세라 : 외적으로도 자신감이 바닥이었어요. 누군가 툭 던진 말을 곱씹고, 가정을 세워서 다른 말을 들어도 그 이야기가 기반이 돼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했죠. 저에게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파놓은 함정 같은 거죠.

Q. 탈퇴, 그리고 여행, 홀로 작업…’류세라’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네요
류세라 : 서른이 기대된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해요. 우선 회사의 미팅을 하면 모두가 ‘올해 안으로 자리 못 잡으면…’이란 말을 하죠. 그래도 불안하지 않았단 건 베트남에서 얻은 깨달음 때문이에요.

Q. 당분간은, 아니 올해는 홀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류세라 : 우선 혼자서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얻은 것도 많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도 있고요.

Q. 다음달 19일, 공연도 앞두고 있는데, 혼자가 힘들 테지만 그 역시 해낼 테고
류세라 : 공연 준비는 지금도 정말 힘들어요. 날짜 공지는 다 했지만, 지금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요(웃음). 밴드 섭외부터 공연장 대관, 렌트, 샵 혼자 다 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세션 분들과 합주를 맞춰 보고 있어요. 노래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 모든 게 자신감을 훈련하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Q. 앞으로 계속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거니까
류세라 : 혼자 해야 할 일이 많고,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건 적어도 뭔가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영역은 전보다 훨씬 넓어졌어요. 물론 혼자 다 해야한다는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탈퇴 후 1년 동안 집에 있으면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었을 때보다는 훨씬 좋아요. 여러모로 베트남 여행이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그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집에만 있었지도 몰라요. 곡을 계속 만들거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색깔을 찾으면서 공부도 병행할 거고요. 돈만을 좇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목적이 아닌 이상, 할머니가 되어도 노래는 만들 수 있으니까요.(웃음)

류세라, 어느 탈퇴한 아이돌의 진심어린 도전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류세라 공연 포스터, 음반 재킷, 류세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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