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현아

현아

아무리 섹시의 대명사 현아라고 하지만, 이번엔 너무했다 싶었다. 솔로 앨범 ‘A+(에이플러스)’ 발매 전 공개한 트레일러에 영상에서 현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트레일러에는 과감한 상반신 등 노출, 시가를 피우는 모습, 술 마시는 모습, 문란해 보이는 파티의 한 장면까지 현아의 일탈이 담겼다.

섹시 콘셉트의 가수 중 현아는 그만의 아우라를 지녔다.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눈빛만으로도 장악하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현아는 ‘패왕색(기세만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만화 ‘원피스’ 속 능력)’이란 수식어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현아이기에 일탈이 담긴 충격적인 트레일러는 오히려 현아의 아우라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굳이, 왜? 현아가 어쩌면 유명 영국드라마 ‘스킨스’의 여주인공 에피(카야 스코델라리오)에 큰 감명을 받은 것은 아닌지, 솔로 섹시 여가수로서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여러 의문 부호가 생겼다.

“자극적이고 센 요소들이 있어서 열심히 한 부분이 가려지는데, 그건 무대에서 채워야 하는 부분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모든 곡이 저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평가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채찍질도 좋아요.”

현아는 인터뷰에서 트레일러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은 무대에 있었다. 타이틀곡 ‘잘나가서 그래’ 무대 위 현아는 우리가 생각했던 패왕색 현아 그대로였다. 심지어 현아가 줄로 댄서들을 묶고, 엎드려 엉덩이를 흔들고, 가슴을 강조했지만 야하지 않았다. 트레일러의 충격이 컸던 것일까. 무대 위 현아의 퍼포먼스는 콘셉트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감상하게 된다. 무대 자체를 바라보게 됐다. ‘현아라서 그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됐다.

오히려 현아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더욱 큰 부정적인 논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현아라서 그랬기에 19금 트레일러의 대한 충격을 무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아닐까. 현아의 Mnet ‘엠카운트다운’ 첫 컴백 무대는 네이버 TV캐스트 기준 150만뷰를 넘었다. 소녀시대, 빅뱅, 원더걸스 등 대형 그룹의 컴백 무대가 평균 60~80만뷰를 기록하는 것을 본다면, 압도적인 관심이다. 이쯤 되면, 현아가 ‘잘나가서 그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잘나가서 그래’에 담긴 스웩처럼, 이번 앨범은 섹시와 표현력에 대한 현아의 자신감이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현아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솔로 음반 중 현아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음반이며, 음악에 대한 현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섣불리 선정적이라고 비판을 하기 전에 현아가 ‘잘나가서 그래’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면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에 놀라기도 한다. 현아는 평소 음악을 표현할 때 상황극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잘나가서 그래’는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잘 노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화끈함을 담았다. 가창력 비판을 받는데도 아우라와 표현력으로 커버하는 가수는 현아밖에 없을 것이다. 현아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무대기에 가능한 장악력이다.

벌써 현아의 다음 솔로 앨범이 궁금해진다. ‘감각의 순응’이란 말이 있다.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하면 역치가 올라 더 큰 자극을 주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자극이 계속되면 무뎌진다. 현아가 ‘잘나가서 그래’로 보여준 자극은 셌다. ‘버블팝’, ‘아이스크림’, ‘빨개요’는 현아 외에 상징적인 콘셉트가 있었지만, ‘잘나가서 그래’의 핵심 콘셉트는 잘나가는 현아 그 자체였다. 현아는 현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받게 됐다.

현아도 이를 알고 있다. 현아는 “아무 이유 없이 섹시하기만 한 걸 원하는 건 아니다.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며 “건강한 섹시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트레일러 영상에서 ‘퇴폐미’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저는 잘 놀았을 뿐이지, 퇴폐를 노린 건 아니었다. 살도 찌운 것처럼 건강한 섹시미를 보여드리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아의 섹시는 단순히 노출이나 자극이 아니라 하나의 표현력이라는 것, ‘잘나가서 그래’에서 깨닫게 된다. 아직 현아가 보여줄 섹시는 많이 남은 듯 보인다. 무리수와 표현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면, 더 성숙한 현아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현아밖에 못하는 섹시의 영역이 또 얼마나 넓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