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통그룹 테스코(Tesco)가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매각을 서두르는 가운데 1조원 이상 배당설(說)이 퍼지면서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주주인 테스코가 당장 스스로에게 거액의 배당을 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거둬들여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돈을 빌리면서까지 무리하게 배당을 추진할 경우 홈플러스의 경영·재무 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여론의 비난과 홈플러스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 배당 먼저 받고 인수액 깎아줄 수도…배당조건 갖춰
28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3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행하는 방안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가진 주주로서 1조3천억원의 배당을 받아가는 대신, 배당으로 줄어든 홈플러스의 가치만큼 인수 대금도 깎아주겠다는 제안이다.

3개 후보가 모두 입찰에서 홈플러스의 가격을 7조원 안팎으로 써낸만큼, 실제로 배당이 이뤄질 경우 매각 가격은 5조~6조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다시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빌려준 1조5천억원의 부채를 새로운 인수자가 당장 갚지 않고 인수 후 상환을 조건으로 떠안는다면, 실제 매각 대금은 더 줄어들 가능도 있다.

인수·합병(M&A) 등에 경험이 많은 재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배당을 이익 환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은 일반적"이라며 "테스코로서는 자신이 취할 이익 규모에 차이가 없고, 인수자들로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덜어지는 셈이니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딜(거래) 형태"라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법률상 배당 조건도 갖췄다.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이익배당 한도는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자본액·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인데, 2014년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자본금을 초과한 순자산)이 1조5천68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1조3천억원 정도의 배당은 가능하다.

이익잉여금의 15~20%를 이익준비금으로 남겨놓는다고 해도 약 1조3천억원의 배당 여력은 현실성이 있다는 얘기다.

회사 정관에만 명시돼있다면 회계연도 내 중간 배당도 가능한만큼 당장 테스코가 스스로에게 1조원이 넘는 홈플러스 이익 배당을 결정해도 법적으로는 하자를 찾기 어려운 셈이다.

◇ 현금없어 차입 배당 가능성…경영난·고용불안 커질 듯
문제는 홈플러스가 당장 현금으로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이익잉여금이 물류센터 건립, 신규 점포 개장 등에 대부분 투자된 상태이기 때문에 작년말 같은 시점에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따지면 264억원에 불과하다.

배당은 상법상 현금성 자산으로만 가능하므로 당장 매각에 앞서 테스코에 1조3천억원에 이르는 배당을 실행하려면 대부분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수밖에 없다.

또 이처럼 차입 규모가 커지면,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김국현 홈플러스 노조 선전국장은 "지금도 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 인상 등을 거부하고 있는데, 1조가 넘는 차입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고용 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국장은 "더구나 예상대로 사모펀드가 새 주인이 될 경우, 투자이익 환수가 최우선인 사모펀드로서는 대규모 차입 상태 등을 빌미로 구조조정이나 분할 매각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홈플러스 노조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홈플러스 인수를 추진하는 MBK파트너스와 제휴해 재무적 투자자로서 최대 1조원의 투자를 약정했다"며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홈플러스 인수에 뛰어드는 것은 먹튀 행각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테스코는 지난 1999년 4월 삼성물산과 합작사를 설립한 뒤 삼성물산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총 투자액은 8천113억원 정도이다.

이에 비해 테스코는 15년여에 걸쳐 1조5천억원 홈플러스 회사채에 대한 이자 수익과 배당, 로열티(상표 사용료·최근 5년간 918억원) 등의 명목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가까운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발생할 지분 양도 차익 수조 원은 고스란히 순투자이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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