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중앙은행
< 이주열 총재의 선택은 > 20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조사통계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이주열 총재의 선택은 > 20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조사통계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한국 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다. ‘환율전쟁’의 한가운데서 수출 경쟁력을 방어하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저물가와 경기 부진은 시장의 금리 인하론을 다시금 되살렸다. 하지만 환율 급등(원화 약세)과 자본 유출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면 그 반대다. 시장 출렁임은 이르면 다음달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더 증폭될 수도 있다. 급격히 늘어난 가계빚 또한 부담이다.

(1) 위안화 절하
수출 방어하다 달러유출 부를라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5%로 내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내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달 메르스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한은의 고민은 해소되는 듯했다. 추가 금리 인하를 외치던 시장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수출·경기만 보면 금리 내려야 하는데…3대 딜레마에 빠진 한은

최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전격 절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살리려는 ‘환율전쟁’의 재시동으로 봤다. 중국과 밀접한 한국 경제가 첫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한국도 수출 경쟁력을 방어하려면 원화 가치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은이 통화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내려간다. HSBC와 노무라증권은 오는 9~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간단치 않다. 원화 가치는 당국 개입 없이도 위안화 절하에 따라 급락했다. 환차익을 노렸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가는 추락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꼽은 ‘10대 환율 취약국’에 한국이 포함됐다.

신흥국 불안이 확산되고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는다면 중앙은행의 해법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다.

(2) 경기 부진
내수 살리려다 가계부채 키울라


수출·경기만 보면 금리 내려야 하는데…3대 딜레마에 빠진 한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해 4월 취임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더 단순해 보였다.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었던 만큼 향후 미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추면 됐다. 하지만 ‘올리는 게 방향’이라던 이 총재의 확신은 곧 무너졌다. 세월호 사고에 이어 올해는 메르스까지 겹치며 내수는 더 고꾸라졌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을 위해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엔 계속 돈이 돌지 않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에 그쳤다. 일부에선 물가도 아직 낮은 만큼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은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금리 인하는 가계빚 급증세를 부추길 수 있어 부담이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등 완화정책의 부작용도 부쩍 주시하고 있다.

(3) 美 금리인상 임박
자본유출 막으려다 경기 죽일라


수출·경기만 보면 금리 내려야 하는데…3대 딜레마에 빠진 한은

마지막 딜레마는 미 금리에 달려있다. 미국 경제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오면서 금리 인상이 이르면 다음달 시작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미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변수인 것은 분명하다.

미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와의 격차를 좁히는 요인이다. 최근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욱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 금리 인상이 본격화했던 2004~2006년과 달리 이번엔 유동성 환수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신흥국 자금이탈 요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자금 유출을 억제하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금리를 따라 올리면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불어난 가계빚의 이자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가계가 당장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한은 통화정책국 관계자는 “미 금리 인상을 눈앞에 두고 중국 악재까지 터져 금융통화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며 “딜레마 가운데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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