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에 따라 부과하는 자동차세가 자동차 산업의 현실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한경 8월17일자 A3면 참조). 자동차세제를 도입한 지 4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기량만 보는 과세기준이 문제라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자동차 쏘나타 2016년식(1999㏄)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보유 첫해 51만9740원이다.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리는 BMW 520d(1995㏄) 모델은 51만8700원이다. 차량값은 BMW가 3배 비싸지만 매년 내는 자동차세는 오히려 싸다.

이런 세금역전 현상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비슷한 배기량에도 차값이 비싼 수입차의 세금이 절대적으로 적다. 포르쉐 SUV인 카이엔SE 하이브리드(2996㏄) 모델은 가격이 1억1610만원으로 국산 SUV 중 가장 큰 기아자동차 모하비(기본형 2959㏄, 3889만원)의 3배다. 출력도 카이엔SE는 416마력으로 260마력인 모하비보다 월등하다. 하지만 자동차세는 각각 77만8700원, 76만9340원으로 비슷하다. 단순히 배기량 ㏄당 260원씩 매긴 결과다.

자동차세는 기본적으로 재산세 성격이 강하지만 자산가치에 따른 과세와는 딴판이다. 선박·항공기가 재산세에 명시돼 자산가치에 보유세금이 직접 연동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구나 국내시장의 변화나 기술진화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가격, 성능과 관계없이 연 13만원만 부과된다. BMW i3(6420만원), 닛산 리프(5480만원)는 국산 준중형 모델과 비교하면 3배나 비싸지만 자동차세는 3분의 1 수준이다. 심각한 역차별이 빚어진다.

자동차세를 도입했을 때는 수입차가 거의 문제되지 않았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도 예견하지 못했다. 제조 기술도 낮아 환경오염 유발에 따른 부담금 부과 논리로 배기량 기준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도, 시장도 크게 변했다. 미국처럼 아예 가격에 맞추거나, 유럽처럼 출력 등 성능도 감안하는 쪽으로 바꿀 때가 됐다. 일방적인 증세는 곤란하지만,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는 세제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