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월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어제 발표했다. 아직 회담 일정이 두 달이나 남은 상황이고 더군다나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인데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참가를 공식화하기 위해 미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미리 발표한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해석이 맞는다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방미 일정을 다 잡아놓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이유로 출국을 갑작스레 연기한 것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미국 일본 등 주위의 동맹국들이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중국 전승절 행사에 굳이 참석하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행사에 와달라는 중국 측 요청을 받고 덜컥 승낙을 먼저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러내는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명확한 방향성도 없고, 일관성도 찾기 쉽지 않다. 흑묘백묘(黑猫白猫)식 전략을 펴는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우왕좌왕한다. 외국 언론에서조차 한국의 외교정책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고 비꼰다. 국민의 포퓰리즘적 감성에 놀아나는 때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외국 정상들은 한국을 잘 찾지도 않고 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정상이 일본을 찾은 정상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한경 보도(8월11일자)도 있었다. 외국 정상들이 한·일 관계가 악화한 데 따라 한국 방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갈팡질팡 외교’가 만들어낸 고립무원의 형국이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외교에 대수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과 맹방 관계를 유지하는 게 대원칙이다. 한·미·일 동맹을 원칙으로 해야만 다른 나라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나 글로벌 파트너십도 유효하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정상회담 일정이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