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둥이 기업'의 도전과 열정 (3) 한진그룹

인재 양성에도 힘 쏟아
[광복 70년, 다시 기업가 정신이다] 조중훈 창업주 경영 철학…"운수업은 산업의 혈관이다"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은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 철학을 실천했다. 한평생 수송 외길을 걸으면서 한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조 회장은 “기업의 이윤은 그것을 가능케 한 사회에 반드시 환원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운수업을 택한 것은 교통과 수송은 인체의 혈관처럼 정치·경제·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라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정신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조 회장은 당시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중역들이 반대하자 “밑지면서도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 있다”며 밀어붙였다.

조 회장은 항공사 경영을 통해 쌓은 광범위한 인맥을 활용해 국익에 기여했다.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가 열렸을 때 총회에 참석, 서울 유치를 반대하던 프랑스와 아프리카·남아메리카 국가들을 막후에서 설득했다. 황창학 전 (주)한진 부회장은 “조 회장은 국적항공사 대표로서 민간 외교관의 몫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고 회고했다.

조 회장은 1970년대 초 포항제철 건립을 위해 일본 정부와 차관 교섭을 벌이던 당시에도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1973년부터 20년 동안 한·불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민간 외교와 경제 교류에도 앞장섰다. 1990년 프랑스 정부가 최고 예우로 수여하는 ‘레종 도뇌르 그랑 오피시에’ 훈장을 받았다. 조 회장은 1977년부터 20여년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몽골 정부로부터 9개의 훈장을 받았다. 외교관이나 관료가 아닌 민간인으로서는 유례 없는 일이었다.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은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1층 로비 한쪽 벽에 새겨져 있는 글귀다. ‘한평생을 살면서 가장 뜻있는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다. 조 회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중국의 고서 ‘관자(管子)’에 나오는 이 명언을 되뇌었다.

조 회장은 1968년 인하학원, 1979년 한국항공대를 인수했다. 인천 정석항공과학고는 당시 돌산을 깎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학교를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정석교육상과 정석장학금 제도도 제정했다. 2002년 11월17일 타계한 조 회장은 생전에 모은 사재 가운데 1000억여원을 학교법인 인하학원과 정석학원 등에 출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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