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년대 외자유치정책 덕에 특혜받으며 고속성장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는 질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롯데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지만, 롯데그룹의 뿌리와 역사,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은 일본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만 19세의 나이로 일본에 유학을 가서 1946년 현지에 세운 껌 회사 롯데가 롯데그룹의 시작이다.

'롯데'(LOTTE)라는 사명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에서 따온 것으로 베르테르의 사랑을 받은 샤롯데처럼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에서 신 총괄회장이 직접 지었다.

일본 롯데는 이후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식품 회사로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의 사업은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이후에야 물꼬를 트게 됐다.

신 총괄회장이 1967년 국내에 세운 롯데제과가 한국 롯데의 출발이었다.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보다 20년이나 출발이 늦은 셈이다.

때문에 내년에 일본 롯데는 70주년을 맞이하지만 한국 롯데는 내후년에 50주년을 맞는다.

롯데는 박정희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에 따라 파격적인 특혜를 받으며 고속 성장의 길을 걸었다.

일본에 뿌리를 둔 롯데는 투자금 일부를 외자로 인정받으면서 법인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누렸다.

식품에서 출발한 롯데의 사업 영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1970년대 들어서 유통, 호텔, 건설, 석유화학 등 전방위로 확대됐다.

1973년 호텔롯데, 1974년 롯데상사를 설립한 데 이어 1974년 칠성한미음료(현 롯데칠성음료), 1977년 삼강산업(현 롯데푸드)을 인수했다.

롯데햄·롯데우유 설립(현 롯데푸드)과 호남석유화학 인수(현 롯데케미칼), 평화건업사 인수(현 롯데건설), 유통 사업의 시작인 롯데쇼핑 설립이 모두 1970년대에 이뤄졌다.

사업의 주요 기반을 닦은 롯데는 1980년대 들어 대홍기획, 롯데자이언츠, 롯데물산 등을 추가로 설립하며 영역을 확장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잠실에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호텔을 열었으며 1989년에는 국내 테마파크의 시초격인 롯데월드를 개장하면서 뽕밭이었던 잠실 일대를 초대형 상업지구로 변모시켰다.

1990년대에는 편의점(코리아세븐), 물류(롯데로지스틱스), 할인점(롯데마트), 영화(롯데시네마), 2000년대에는 온라인쇼핑(롯데닷컴 설립), 카드(동양카드 인수, 현 롯데카드), 홈쇼핑(우리 홈쇼핑 인수, 현 롯데홈쇼핑) 등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2000년대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현재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미국 등 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국내외에 있는 호텔,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영화관 등 롯데 체인망은 1만6천1개(국내 1만2천456개, 해외 3천545개)에 달한다.

오랜 역사의 식품 기업인 만큼 '빼빼로' '가나 초콜릿' '자일리톨껌' '칠성사이다' '처음처럼' '밀키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장수 제품도 적지 않다.

세계 3위 규모의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7개 지점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업계 최초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괌 등에도 진출했다.

롯데는 신개념 복합몰 건립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서울 잠실의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몰은 내년 완공 예정이며, 연면적 150만㎡ 규모 복합 유통 단지인 중국 심양 프로젝트는 2019년 완공 예정이다.

65층 높이의 롯데센터하노이는 지난해 9월 완공돼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 93조4천억원으로 국내 5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81조로, 올해는 91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는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한·일 롯데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일본에 있는 고준샤(光潤社), 일본롯데홀딩스로, 매출 5%를 차지하는 일본 롯데가 매출 95%가 발생하는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가 드러나면서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손가락 경영'이라고 불리는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 400여개가 넘는 고리로 얽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까지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으면서 롯데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