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롯데' 확산…한·일서 불매운동 조짐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 여파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단체들은 불매운동에 나설 태세다. 연말 면세점 특허 재심사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오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제품 불매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5일 밝혔다.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너무 볼썽사납다”며 연말까지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등 전 계열사에 대해 롯데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일본계 대주주의 실체 등 정확한 지분 구조와 순환출자 고리 등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허위 사실 여부를 밝히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에서도 ‘반롯데’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 야후 재팬 등 일본 포털사이트에는 롯데 경영권 분쟁 관련 기사에 ‘롯데가 한국 기업이라니’라는 반응과 함께 ‘롯데 제품 불매’를 암시하는 내용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려 있다. 롯데가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샌드위치 신세’에 처했다는 평가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증권은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2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것이지만, 경영권 분쟁 여파로 8월 이후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면세점 재심사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롯데그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에 이번 경영권 분쟁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두 점포는 지난해 매출이 각각 1조9763억원, 4820억원에 이르는 알짜배기 사업장이다. 전국 7곳에 걸쳐 있는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두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에 이른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