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수 지분으로 그룹 지배?

정부, 소유분산 줄기차게 유도하더니 소수지분 문제 삼는 건 '자가당착'
총수일가 지분 1.9% 불과한 美 포드, 차등의결권 통해 40% 의결권 행사
적은 자본으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순환출자 긍정적 측면도 살펴봐야
[롯데 사태 '오해와 진실'] "총수 지분율 낮아진 건 기업공개·성장의 결과물"

경제계는 롯데그룹 사태를 빌미로 정치권 등이 대기업 총수들의 소수 지분을 통한 기업 지배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반(反)시장주의적 발상’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총수들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은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을 성장시키고 그룹 외연을 확장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역시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눠야 한다며 기업공개를 적극 유도해왔다는 점에서 총수들의 지분율 하락은 필연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기업 성장경로 이해 못하는 정치권

[롯데 사태 '오해와 진실'] "총수 지분율 낮아진 건 기업공개·성장의 결과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연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통한 그룹 지배를 공격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불과 2.4%의 지분으로 80여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 때문”이라며 “정부 당국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없도록 순환출자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소수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복잡한 지분구조를 이용해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국민의 실망과 배신감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기업 경영권과 지배력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 기업 성장과 소유구조 변화의 관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총수들이 점차 낮은 지분율로 기업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미국은 한국에는 없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경영자들이 한국 총수 일가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포드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1.9%에 불과하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4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역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뉴욕타임스는 0.6%의 지분을 보유한 슐츠버거재단이 의결권 100%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도 유연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순환출자 덕분에 기업인들이 적은 자본으로 더 많은 기업을 설립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며 “때문에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국가는 상호출자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기차게 지분율 하락 유도한 정부

경제계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하락한 것은 정부 정책에 부응한 측면도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총수의 그룹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은 1991년 5.0%에서 2012년 1.1%로 줄었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들은 1970~1990년대 정부의 기업공개·소유분산 정책에 부응해 내부 지분율을 지속해서 낮춰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1975년 ‘기업의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라’는 취지로 시행된 기업공개명령제도에 따라 액면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상당량의 주식을 일반에 매각했다. 이 같은 정책은 1990년대 소유분산 정책, 1999년 부채비율 인하유도 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롯데 사태를 빌미로 정치권이 철 지난 ‘재벌개혁’을 들고나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3~4년간 입안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임도원/윤정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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