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분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도를 넘어서면서 비이성적인 ‘반(反)기업 캠페인’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은 철 지난 ‘재벌개혁’을 들고나오고 일부 소비자단체는 롯데의 국적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매운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영권 다툼이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지만 ‘롯데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기업의 성장을 왜곡하는 ‘포퓰리즘’은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당정회의를 열어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개선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과 순환출자로 기업을 개인회사처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롯데그룹을 겨냥한 표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상호출자한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분쟁은 밀실경영 등 부정적 단면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에 건너가 성공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연매출 89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회사를 ‘국민 정서법’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롯데 사태를 반일 감정과 연계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도를 넘은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정치권이 반기업 정서를 빌미로 반시장적 법안을 내놓겠다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롯데 사태를 포퓰리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정치권이 재벌개혁을 전면에 들고나오면서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현안이 뒤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병연/김병근/이정호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