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롯데는 일본 기업?

외국인 지분으로만 따지면 삼성전자도 외국기업
기업국적 규명 갈수록 무의미…어디서 고용창출 하는지가 중요
< 롯데 노조도 “신동빈 지지” >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계열사 노조위원장 회의를 열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게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협의회는 그룹 계열사 노조위원장 19명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 롯데 노조도 “신동빈 지지” >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계열사 노조위원장 회의를 열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게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협의회는 그룹 계열사 노조위원장 19명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롯데는 한국 기업입니까, 일본 기업입니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한 기자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신 회장은 “한국 기업입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후계구도 분쟁을 놓고 롯데의 ‘국적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감안했을 때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말을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장면이 방송에 공개되고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상당수가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이런 논란을 부추겼다.

◆국내 35만명 직간접 고용

[롯데 사태 '오해와 진실'] 국내 고용 35만명…롯데, 한국에 뿌리내린 대표기업

하지만 소유·지배구조를 기준으로 기업의 국적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계의 의견이다.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롯데의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 기업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롯데는 80여개 계열사를 통해 9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가맹점 사업주와 협력사 직원까지 합치면 국내에서만 총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액은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5조7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연말까지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주주사들로 빠져나간 돈도 기업 규모에 비춰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지난해 일본 롯데 계열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340억원으로 전체 배당(3000억원)의 11.3%, 영업이익(3조2000억원)의 1.1%였다.

유통, 식품 등 내수산업 비중이 높지만 면세점, 호텔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크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의 60%인 2조4000억원을 외국인으로부터 벌어들였다.

롯데와 비슷한 예로 신한금융그룹이 있다. 총자산 기준 국내 금융권 2위인 신한금융의 대주주는 재일동포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일본금융회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용 창출하는 기업이 한국 기업”

학계에서도 소유구조만으로 기업의 국적을 규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990년 발표한 ‘누가 우리인가(Who is us?)’라는 논문에서 “미국에 주주가 있지만 해외에 공장이 있는 기업과 해외에 주주가 있지만 미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 중 누가 우리인가”고 물었다. 그의 답은 “미국에 공장을 둔 기업”이었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한국에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한국 기업이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유구조만 따지면 삼성전자 등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외국 기업이 될 것”이라며 “어디에서 사업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주주나 경영자의 국적 또는 정체성을 근거로 기업의 국적을 따질 수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장 중 현지 언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고 외국 기업의 한국지사장도 대부분 한국어를 못한다”며 “대주주나 경영자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경유착 아닌 자본 유치 사례”

롯데가 개발독재 시절 ‘정경유착’을 통해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롯데가 한국에 진출하던 때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신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 롯데제과를 설립해 사업하다 한·일 국교 정상화 후인 1967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신격호라는 한국 이름으로 51%,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49%를 투자했다. 당시 법률상 합작법인을 세울 때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51%의 지분을 한국 이름으로 등록했다는 것.

경제 성장을 위해 외자 유치에 목을 매던 정부가 신 총괄회장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해 편법을 쓰도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을 설립할 때도 정부는 재일동포의 자금을 국내에 합법적으로 들여올 방법이 없어 외교 행낭에 돈을 넣어 가져오기까지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외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사업가가 국내에 역진출해 토착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라며 “한국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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