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변인' 명성…대화·타협 추구한 의회주의자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별세
민주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상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4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전남 고흥 출신인 고인은 13, 14, 15, 16, 18대 등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 대변인, 원내대표,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정치권과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판·검사 공직을 거친 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특히 논리적이고 명쾌한 언변으로 ‘명대변인’으로 불렸다.

1996년, 1999년, 2000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야당과 여당에서 지금의 원내대표인 원내총무를 맡을 정도로 원내 협상과 전략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특히 국민회의 원내총무 시절인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박희태 당시 신한국당 원내총무와 담판을 벌여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TV토론을 성사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지방자치법, 통합선거법, 안기부법 개정 등 굵직한 입법 실적이 많아 ‘법안 제조기’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자르고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힐 만큼 소신이 분명하고 주관이 강한 점이 눈에 들어 국민의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중용되기도 했다.

고인은 물리적 충돌보다 대화와 타협을 추구한, 철저한 의회주의자로 통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금자 씨(65)와 딸 유선(SBS)·민선(제일모직), 아들 태희(SK텔레콤)씨 등 1남2녀가 있다. 사위로는 김욱준(검사), 김용철(의사) 씨가 있다. 가수 출신인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고인의 5촌 조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6일. 02-2258-5940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