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기자의 IT's U <18회>

'승자 독식' 애플...스마트폰 코리아, 문제는 이윤
재고 ↑ 이윤 ↓ 투자 여력 상실…'혁신 실종' 악순환
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정면돌파 만이 살 길
인포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인턴기자

인포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인턴기자

[ 김민성 기자 ] "스마트폰 바꾸실 건가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스마트폰 시장을 가늠하는데 이만큼 익숙하고도, 무서운 질문은 없다. 뻔한 예상 답안은 3가지. 첫째는 기왕 바꾸는데 최신 스마트폰, 둘째 돈도 없는데 그냥 싼 폰, 그리고 마지막은 '안 바꾼다'다.

예전 같으면 약정 2년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신 고가폰으로 갈아탔다. 국내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이다. '대란' 폭탄 보조금이 붙은 신상품이 암암리에 불티나게 팔렸다. 고가폰 할인폭이 워낙 크니 값싼 보급형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발붙일 자리가 없었다.

'안바꿔 족(族)'이 자연히 시대에 뒤쳐지던 때였다. 애플 마니아는 아이폰 신제품으로, 삼성 갤럭시족은 차세대 제품으로 경쟁적으로 옮겨탔다. 2010년부터 2014년 초반까지는 그랬다.

불과 1년만에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한국=프리미엄 천국'이라는 명성도 사드라들고 있다. 약정이 끝나도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는 이가 많아졌다. 비싼 제품보다 싼 제품을 사려고 한다. 기습적인 출고가 인하도 빈번해졌다. 해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가폰 인기는 줄고 저가폰에 관심은 높다.

다만 예외는 있다. 애플이다.

◆ 애플, 이윤 '승자 독식'
(왼쪽) 삼성전자의 갤럭시S6 · S6 엣지와 (오른쪽) 애플의 아이폰6 · 6플러스.

(왼쪽) 삼성전자의 갤럭시S6 · S6 엣지와 (오른쪽) 애플의 아이폰6 · 6플러스.

애플이 올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시장 수익의 92%를 독식했다는 조사발표(캐너코드 제뉴이티)는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수익점유율은 65% 늘었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10%대인 애플이 이윤은 90% 이상을 독차지하는 구조. 한정된 고가 명품 시장에서나 나올법한 '승자 독식'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81,600 +0.49%)와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익을 거의 반반씩 나눠 가졌다. 당시 삼성전자의 시장 내 수익 비중은 50%를 넘어 애플에 근접했다. 안드로이드폰이 무섭게 성장하던 때였다. 삼성전자의 최대 히트작 갤럭시S4가 출시된 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10조원 영업이익 기록도 이 때 나왔다.

격차는 2013년 후반부터 다시 벌어졌다. 삼성이 갤럭시S5로 부진에 빠진 사이 애플은 아이폰5S로 시장 이익 60%를 다시 챙겨갔다. 2014년 9월 대화면을 채용한 아이폰6 출시 이후 70%를 점령한 뒤 시장 90% 수익 처음으로 챙겼다. 중국 발(發) 아이폰6 돌풍이 만루홈런이었다.

삼성의 수익 그래프는 애플과 정반대로 곤두박질쳤다. 갤럭시 등 대화면 안드로이드 고객층을 아이폰에 대거 빼앗겼다. 삼성의 수익률은 50% 대에서 2년 만에 10%대로 추락했다. 잇따른 아이폰6 전세계 흥행 소식은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년째 경쟁해온 삼성과 LG(106,500 +0.95%)에게 뼈아픈 비보였다.
[시선+] 위기의 K폰…"문제는 이윤과 혁신이야"

삼성전자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다. 출하량 기준이다. 제품은 시장에 많이 풀지만 애플만큼 이윤이 남지 않는다. 애플은 자체 제조 시설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공장 설비 및 생산 인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보다 매출 대비 이익률이 월등히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LG전자(163,500 -0.30%)의 낮은 이윤 구조는 출하량 집중 전략과 큰 관련이 있다. 밀어낸 물량이 재고로 쌓이면 가격인하를 통해 떨이에 나서야하는 탓이다. 마진이 더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남는 돈이 없으니 개발 투자 여유도 사라지고, 장기적인 계획보다 단기적 시장 방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 이윤도 보급형도 무너진다
[시선+] 위기의 K폰…"문제는 이윤과 혁신이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판매를 공언한 갤럭시S6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직전분기인 1분기와 비교하면 갤럭시S6·엣지 글로벌 출시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0.65%, 영업익은 0.72% 증가에 그쳐 제자리 걸음을 했다. 갤럭시S6 출시 효과가 없었던 1분기에 비해 그다지 나아진게 없었다.

LG전자도 같은 신세다. 2분기 무선 사업 실적은 2억원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공전의 히트작 G3의 아성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내놓은 야심작 G4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1분기와 비교하면 G4를 출시하고도 영업이익은 727억원 감소했다. 가까스로 적자만 면했다. 남는 장사를 못했다는 뜻이다.

삼성과 LG 모두 신작 출시에 따른 개발비 및 광고 마케팅비를 수천억~수조원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프리미엄폰만이 아니었다. 보급형 시장도 무너졌다. 삼성과 LG 모두 대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직전 분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갤럭시S6와 G4 출시로 고가폰 판매는 늘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믿었던 보급형마저 판매가 크게 줄면서 수익률이 급감했다.
[시선+] 위기의 K폰…"문제는 이윤과 혁신이야"


수십개의 스마트폰 라인업을 꾸려 출하량을 극대화하던 규모의 경제가 침몰하는 신호탄이다. 프리미엄 모델이 잘 팔릴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 보급형 판매고가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애플이 전세계 고가 시장에서 펄펄 날았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대륙 3총사는 안방인 중국을 넘어 중남미, 동유럽, 인도, 아프리카 등으로 발을 넓혔다. 삼성과 LG가 수년간 공을 들인 신흥시장마다 애플, 중국업체, 현지 제조업체 점유율이 빠르게 늘었다. 삼성과 LG가 10만~20만원 저가폰으로 시장 틈새를 공략해도 이윤이 별반 남지 않았다.

◆ 안 바꾼다…혁신이 없다
[시선+] 위기의 K폰…"문제는 이윤과 혁신이야"

'안 바꿔' 열풍도 불어닥치고 있다. 비싼 제품에 더이상 매력을 못느껴서다.

어느새 기술 발전 속도는 대중의 구매 욕구를 앞질렀다. 젊은이들조차 온갖 고사양 스마트폰에 식상해하기 시작했다. 신제품 아이폰6가 예쁘지만 기능면에서는 아이폰5S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갤럭시S5에는 삼성 전매 특허인 엣지는 없지만 굳이 갤럭시S6가 필요치는 않다. 삼성 페이가 없더라도 신용카드면 사는데 지장없다. 새롭기는 하지만 폰을 교체할만한 혁신적 한방을 찾기가 어렵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2010년 처음 나온 갤럭시S를 아직 쓰는 이는 22만명, 2011년 출시된 갤럭시S2는 87만명, 2012년작 갤럭시S3는 250만명, 2013년에 나온 갤럭시S4는 360만명에 달한다.

삼성뿐 아니라 구형 아이폰, 옛 LG폰 사용자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1000만명이 넘는다. 국내 이통사 개통 단말 수가 4000만대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 전세계적으로 본다면 교체 수요는 수억대다.

애플은 이 프리미엄 교체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지만 삼성과 LG는 눈뜨고 빼앗겼다는게 결정적 패인이다. '대화면의 원조'인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안이었던 LG전자가 왜 안드로이드 대기 수요를 아이폰 진영에 속수무책으로 내어줬는지 냉정하게 진단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 '혁신' 정면 돌파만이 살 길
삼성전자가 오는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여는 갤럭시노트5 공개행사 초대장.

삼성전자가 오는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여는 갤럭시노트5 공개행사 초대장.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저가 진흙탕 싸움보다 '프리미엄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해야 기업의 내일을 담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전세계 1000여개에 달하는 군소 제조업체가 난립하는 안드로이드 '치킨 게임'에 얼마나 전력을 투여해야하지 잘 따져봐야한다. '대륙의 실수', '애플 짝퉁'이라는 비아냥을 사던 중국의 샤오미가 글로벌 4위, 중국 1위로 치고 올라오는데는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한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저가 공세 앞에 장사는 없다. 신진 제조사들은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온갖 글로벌 틈새시장을 매우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이제라도 출하량보다 이윤을 두고 싸워야한다. 삼성과 LG가 애플과의 싸움이 힘들더라도 혁신적인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그 혁신은 삼성과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으켜세운 기존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움이어야 한다.



삼성과 LG에게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결투는 외나무다리 정면 승부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모든 전쟁터에서 물러설 곳도, 더 이상 밀릴 수도 없다. 프리미엄 기술력이 분명히 차별화돼야 보급형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높아지기에 따로 놓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비장하기까지 하다.

"죽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리려면 폴더블(foldable), 롤러블(rollable) 등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언을 꼽씹어야 할 때다.

삼성과 LG는 세계적 수준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능력에, 수율 높은 완제품(세트)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노하우를 갖춘 몇 안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전매 특허로 '엣지'를 내세우고, LG전자가 기존 G시리즈를 뛰어넘는 슈퍼폰을 오는 10월 공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는가.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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