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동부하이텍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부천공장

모그룹 동부 구조조정으로 2013년 매각 대상에 올라
미국·중국·대만서 주문 몰려…가동률 3개월 연속 90% 넘어
"실적 좋아져 이제 빛 보는데 단순 하청공장 전락 우려"
경기 부천시 도당동 동부하이텍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동부하이텍 제공

경기 부천시 도당동 동부하이텍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동부하이텍 제공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 도당동에 있는 동부하이텍(27,800 -2.63%)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작업장 안에 들어서자 미로처럼 복잡하게 서 있는 장비마다 녹색 불이 선명했다. 장비들 틈에서 간간이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손놀림도 분주해 보였다.

조기석 동부하이텍 파운드리 영업본부장(상무)은 “녹색 불은 해당 기계가 ‘가동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해 월평균 60~70%였던 공장 가동률이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90%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만 중국 등에서 파운드리 양산 주문이 급증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상무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는 “공장 가동률이 오르고 실적도 개선됐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사가 어디로 팔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13년 11월 매각 대상에 올랐다. 매각 작업은 1년8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말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SMIC와 인도 파운드리기업 HSMC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 이후 매각이 사실상 중단됐다. 공장에서 제품 불량을 점검하던 한 직원은 “밀려드는 주문에 뿌듯하다가도 외국에 팔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자신호를 제어하고 계산하는 부품이다. 국내 반도체 대표 업체로 통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정보를 기억하는 장치인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는 국내 업체는 동부하이텍이 유일하다.

동부하이텍은 2001년 창립 후 14년 만인 지난해 처음 연간 영업이익 흑자(456억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1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조 상무는 “어렵게 키운 파운드리사업이 이제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해외에 넘어갈 판”이라며 “기술 유출도 문제지만 해외 업체의 단순 하청공장으로 전락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곳곳에는 ‘파운드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조 상무는 “파운드리산업은 전자제품의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인체로 비유하면 모세혈관 같은 존재”라며 “이런 부분을 모두 외국에 의존하면 한국 반도체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공장의 월 생산량은 200㎜ 웨이퍼 투입 기준 4만8000장이다.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월평균 4만장에서 8000장이 더 늘었다. 충북 음성공장 생산량(4만2000장)까지 합치면, 두 공장의 월 생산량은 9만장을 넘는다. 한 직원은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이 기세를 몰아 계속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매각 이유인 그룹 유동성 문제도 해결된 마당에 꼭 매각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천=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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