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 포럼에 몰리는 중기 CEO] "회사일만 빠져있다 보니 시야 점점 좁아지더라"
조성제 에몬스가구 대표는 2010년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창업주인 김경수 회장을 돕는 게 주 업무였다. 시간을 쪼개가며 회삿일을 챙기던 어느 날, 그는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장기적 비전도 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인들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포럼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회사 밖으로 나와 조찬세미나와 포럼에 나가기 시작했다. 5년 동안 바쁜 일정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한계에 부딪히는 것을 느꼈는데 강의를 들으며 폭넓은 사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도움이 된 수업으로 한국표준협회의 ‘명품창출 CEO포럼’에서 들은 디자인 강의를 꼽았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이 수업엔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경영에만 몰두하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며 “디자인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힐링’을 위해 포럼에 참석하는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여성기업인인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대표가 그런 사례다. 안료(색을 내는 색소) 가게에서 경리로 일한 그는 1977년 직접 안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38년 뒤 우신피그먼트는 매출 5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안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과에 보람도 느끼지만 때로는 외로움도 느낀다는 게 장 대표의 말이다. 그는 “CEO도 때때로 상처를 받는다”며 “직원, 소비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가끔은 서운하고 고독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에게 중소기업중앙회의 ‘SB-CEO스쿨’ 강의는 위로가 되고 있다. 장 대표는 “새벽부터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전문가들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다”며 “다른 회사 CEO들과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임동욱 일신화학공업 대표도 한 달 평균 3~4회 이상 꾸준히 조찬모임이나 포럼 등에 참석한다. 다른 업종 CEO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다. 임 대표는 “동일 업종이 아니면 다른 기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각양각색의 전문가와 기업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신사업 등에 대한 구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