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실적발표 시작, 고(高)PER주 옥석 가리기
중소형주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종목이 그 ‘몸값’에 합당한 실적을 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고PER주를 매수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서다. 실적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고PER주 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및 하반기 실적 전망, 이른 시일 내 결실을 맺을 만한 이벤트 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PER 140배 넘어도 잘나간다

중소형주 실적발표 시작, 고(高)PER주 옥석 가리기
대표적인 고PER주는 제약·바이오주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분자진단업체인 씨젠의 PER은 140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달 초 글로벌 분자진단업체인 퀴아젠시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씨젠 주가는 올 들어 70% 가까이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의 한미약품도 PER이 100배 수준이다. 필러·보톡스업체인 메디톡스의 PER도 60배 수준이다. 체성분 분석기기를 제조하는 인바디도 헬스케어 대표주 중 하나답게 PER이 40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감소로 2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품 관련주도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종목이다. 코스맥스 아모레G 등의 PER은 40~50배 수준이다. 면세점 관련주도 요우커 감소로 실적 기대는 낮아졌지만 향후 서울 시내면세점 개점에 따른 이익 증가 기대로 여전히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 등 건자재 관련주가 주도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구업체 한샘의 PER은 50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 수준으로 고평가 상태다. 하지만 주가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전에는 예상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하게 상승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막상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에는 분위기가 반전했다. 지난 17일 공시된 한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8.6% 늘어난 385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이었다. 발표 후 한샘은 사상 최고가(23일 장중 32만2000원)를 경신했다. 이외에도 삼립식품(PER 56배), CJ CGV(44배) 등이 현재 증시의 고PER주로 지목됐다.

믿을 건 실적뿐

전문가들은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한 한샘의 예를 들어 실적이 뒷받침하는 고PER주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평가 논란이 있는 코스닥시장의 바이오주는 아직 꼭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미국 증시에서도 헬스케어주가 강세를 이어가는 등 바이오주 상승은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 하반기에 대형주가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상반기처럼 중국 내수나 요우커 관련주, 바이오주 등이 하반기에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PER주가 오랜 기간 주도주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화장품주 내에서도 마스크팩주의 주가가 최근 부진하다. 산성앨엔에스의 경우 지난 6월 주당 11만~12만원대를 호가했던 주가가 현재는 8만원대로 밀린 상태다. 또 다른 마스크팩업체인 제닉도 이달 들어 장중 1년 최저가를 기록했다. 마스크팩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은 데 따른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분위기가 반전했을 때 장기적인 문제인지 단기 악재인지 구분해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홍은주 대표는 “향후 이익 증가 기대에 비해 PER이 과도하게 빨리 올라간 종목은 차익 실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