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위험은 감수…500만~1000만원 급전 수요 겨냥
신용 5~7등급에 금리 年 5~10%…우리銀, 두 달 만에 4500명 대출

"은행, 低신용 평가 시스템 없어…연체 부담 탓 급성장 쉽지 않아"
['착한 급전' 중간금리 시장 열렸다] "1400만명 중간 신용자 잡아라" 중간금리대출서 먹거리 찾는 은행

국내 신용대출시장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중간 신용등급(5~7등급)에 속한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다. 은행들이 대부분 1~4등급의 우량 신용자에게만 담보 없이도 대출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신용 5~7등급은 20% 이상 고금리를 내야 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출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소비자는 작년 말 기준 1400여만명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이 이런 수요자층을 겨냥해 연 10% 이내의 중(中)금리 대출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잘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고금리 급전(急錢)을 이용했던 중간 신용등급자로선 낮아진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회다. 무엇보다 절차가 간편하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서류 없이 온라인으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출금액만 입력해도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속속 나오는 중금리 대출

올 들어 나온 은행권 중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는 연 5~10% 수준이다. 100만~500만원가량의 돈을 1년 미만으로 빌리려는 급전 수요를 겨냥한 상품들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말 ‘위비 모바일대출’을 내놨다. 신용 1~7등급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준다. 금리는 연 5.95~9.75%다. 주부·무직자 대상의 주거래신용대출이란 상품도 내놨다. 연 4.89~6.89%의 금리로 최대 500만원을 빌려준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1일 스피드업 직장인 모바일대출을 내놨다. 신용 5~7등급 직장인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빌려준다. 금리는 연 5.29~6.69%다. 6개월 미만 재직한 직장인에게도 연 6.89~7.69% 금리로 3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인 KB저축은행을 통해 ‘KB 착한 대출’을 선보였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연 6.5~19.9% 금리로 대출해준다.

하나은행도 이지세이브론이란 중금리 상품을 이달 초 내놨다. 연 6~10%의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이자 낮고 빠른 급전

은행권 중금리 대출 금리는 마이너스통장 등 은행 신용대출(연 3~5%)보다 높지만 카드론(평균 연 15.5%)보다는 낮다. 평균 대출금리가 연 25.6%인 저축은행과 연 34.7%인 대부업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신용 6등급인 직장인 A씨가 1000만원을 1년 만기로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돈을 갚을 경우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월 99만8135원의 원리금(금리 연 34.7%)을 상환해야 한다. 저축은행 대출도 다달이 95만4815원(금리 연 25.9%)을 갚아야 한다. 이에 비해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대출을 이용하면 월 86만9884원(금리 연 8%)만 상환하면 된다. 대부업을 이용할 때보다 매달 원리금 상환 부담이 13만원가량 줄어든다. 총 이자부담액(원리금 분할상환)도 43만8611원으로 대부업(197만7621원)보다 154만원가량 줄어든다.

이자만 싼 게 아니라 대출 절차도 간편하다.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대출은 은행 지점에 들를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이름, 주민번호, 금액만 입력하면 5~10분 만에 대출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스피드업 직장인 대출도 온라인상에서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만 입력하면 된다. 소득과 재직 여부 등은 은행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인한다. 대출을 신청한 뒤 통장으로 입금받기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중금리 대출 돌풍 일으킬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간편한 대출 절차 덕분에 중금리 대출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대출 총액은 아직 미미하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대출은 두 달여 만에 4500여명, 신한은행 스피드업 직장인대출은 40여일 만에 3500여명이 이용했다.

대출 이용층도 다양하다.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대출(1~7신용등급 대상)은 5~7등급 이용자가 38.7%, 1~4등급 이용자가 61.3%다. 신용 상태가 양호한 이들이 더 많이 몰린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40%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30%에 달했다.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중금리 대출을 찾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 분석이다.

이태명/박한신/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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