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노령자 겨냥한 의료·요양
빅데이터·IoT·해외 인프라 투자
미래지향적 산업부문 투자 강화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기고] 경기대책, 지속적 수요창출에 초점 맞춰야

글로벌 불황 및 엔저 탓에 한국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설상가상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이란 뜻밖의 사태에 직면해 소비가 더욱 얼어붙고 외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했다. 정책당국은 이런 심각한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46조원+α’의 정책패키지를 동원했고, 최근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재정투입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경험에서 보는 것처럼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것이 되지 못해 결국 국가부채만 누적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대책이 일시적인 경기활성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수요를 끌어내 현재적 수요를 창출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인 고소득 고령층을 겨냥해 의료·요양 대책을 세운다면 이를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산업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돼 있기는 하지만 고령자의 불편을 덜어주는 서비스 로봇 등 고령화 시대에 요구되는 각종 기구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출현할 수 있도록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연구개발(R&D) 활동 유도 등의 유인책을 치밀하게 마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산업에 요구되는 기술인력 및 고령자를 도와주는 전문요양사 양성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고령층을 겨냥한 의료·요양산업을 육성할 때에는 국내 수요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수요를 겨냥토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의료·요양산업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선 일본과의 분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효율적인 협력체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 미래 성장산업의 육성은 그에 걸맞은 고급 인적 자원의 육성을 전제해야 한다. 고급인력 육성이 요망되는 미래 성장산업 분야로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일련의 소프트웨어산업, 생명공학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존 대학들을 이런 분야의 인재양성소로 구조를 개편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별도의 인재양성 체제를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분야도 하나의 산업으로 위상을 설정해 각종 세금 면제, 인센티브 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 분야는 해외인프라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해외인프라 관련 투자는 지금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을 좀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할 곳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다. 아세안은 한국 경제와 관련한 중요성에 비해 정책적 지원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며,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대중(對中) 관계는 이미 과잉상태이므로, 중국 비중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대신 아세안의 인프라, 자원개발 시장에 힘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6억명의 인구를 헤아리는 거대시장이다. 특히 경제발전에 따라 중산층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곳이므로 상호 관계를 긴밀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일련의 인프라 투자에 더 치밀하게 파고들면 향후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은 기존과 같은 토목공사형이어서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 채 국가부채만 크게 늘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의 경기부양 대책은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경기 활성화 기조가 지속될 수 있는 부분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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