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2017년부터 5년간 115조원이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기업은 이 기간 동안 37조1168억원의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다. 중소기업은 더욱 커서 77조9734억원이나 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어제 관련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이 예상외로 큰 것은 정년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크게 높은 탓이다. 1년 미만 근로자들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국내 기업의 20~30년 근로자의 임금은 313.0이다. 이는 스웨덴(110.8) 프랑스(146.3) 영국(156.7) 등 유럽국가는 물론 일본(241.6)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로서는 정년퇴직자 1명이 나갈 때마다 신입사원 3명을 채용할 수 있었던 셈인데 60세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내보낼 사람을 2~5년간 더 고용해야 하고, 그 결과 신입사원을 못 뽑게 돼서다.

시행 5개월여를 앞둔 지금까지도 보완책인 임금피크제는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계속 겉돌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 측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사회적 통념상 불이익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노동계는 이를 근로여건이 악화되는 ‘불이익 변경’으로 주장하고 있다.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불이익 변경일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당장 생겨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채용 대신 비정규직 또는 아르바이트를 쓸 가능성이 높다. 새 일거리를 외주로 돌리기도 할 것이다.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청년들과 세대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애초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60세 정년연장’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생색은 정부와 정치권이 내고 그 뒤처리는 ‘업자들’에게 넘기는 건 비겁한 짓이다. 임금피크제는 노동개혁이 안고 있는 문제군 중 비교적 작은 과제다. 반드시 정부가 책임지고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