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가 벌써 가관이다. 상임위별 추경 심사가 시작된 지 불과 이틀밖에 안됐지만, 여·야 의원 구분없이 잔칫상이라도 받은 양 지역구 민원사업을 끼워넣기 위해 ‘쪽지예산’이 난무하고, 심지어 상품권을 공짜로 주자는 엉뚱한 주장까지 쏟아지고 있다.

어제 보건복지위에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SOC 예산을 줄이고 대신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 200만가구에 10만원짜리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해 두 달 내에 쓰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일본 정부의 상품권 뿌리기를 한국서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진작에 실패로 판명난 3류 정책이었다. 일본은 1999년 3000여만명에게 1인당 2만엔어치씩 상품권을 나눠줬지만, 국민들은 상품권을 쓰는 대신 현금 지출을 줄여 저축을 하거나 빚을 갚는 바람에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2009년엔 아예 1인당 1만2000엔씩 총 2조엔의 현금을 뿌렸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베 정부가 지난해 또 상품권 뿌리기를 하려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포기했던 게 다 이유가 있다. 남의 것을 따라 하면서 정작 실패 사실은 잘 몰랐던 모양이다.

메르스·가뭄 피해에다 경기침체 우려로 추경을 하자면서 진지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쪽지’가 날아다니는 지경이라고 한다. 특히 야당은 SOC 예산이 총선용 선심예산이라면서 도로·철도 민원을 밀어넣고, 재정 건전성 강화를 외치며 돈을 뿌리자고 한다. 하기야 얼마 전 새누리당 의원인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아예 쪽지예산이 100% 틀린 것은 아니라고 대놓고 옹호했던 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참에 각 상임위마다 쪽지예산, 지역민원이 밀어닥칠 게 분명하다.

추경을 짤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사업을 실어나르기에 바쁘다. 메르스 피해 보상, 경기회복 불씨 살리기 운운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 정부 부처는 또 그들대로 퇴짜 맞은 사업을 다시 밀어넣으려고 안간힘이다. 이러자고 추경을 하자는 것인지 어처구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