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세수결손이 빚어지는 등 재정적자가 만성화될 여지를 보이면서 정부가 예산편성의 근본적인 접근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수결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메우기 위해 빚을 내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하거나 경기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하반기 긴축재정을 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각 부처에 예산불용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하락하면서 세원 자체가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의 예산편성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기치 못한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등 변수가 생길 때마다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휘청이며 세수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위험요소를 배재한 채 예산편성을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의 철학없는 '세금혜택 카드' 남발도 마찬가지이다.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하겠다며 수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지만 오히려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통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대폭 늘리고 조세감면 규모는 더욱 부풀려 놓았다.

정작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3년 째 법안 통과가 좌절되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적인 조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수를 늘릴 목적으로 담배관련 세금은 눈 깜짝할 사이 왕창 올려놓으면서 말이다.

□ 꿈은 '장밋빛', 현실은 '시궁창(?)' =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3년 동안 20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모두 어긋나버렸다.

2012년 예산 편성 시 정부는 경제성장률(실질성장률)을 4.5%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2% 성장에 그쳤다. 2013년에는 4%로 예상했지만 실적은 3%, 2014년 3.9%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3.3% 성장에 그쳤다.

크게는 2.5%p, 적게는 0.6%p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1%p 움직일 때마다 세수는 2조~3조원이 움직인다는 정부의 이론이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정부의 이론을 대입하더라도 경제성장률 전망 오류로 최대 5조원 정도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폭이 가장 적었던 2014년 세수결손 규모는 무려 10조9000억원이었다.

문제는 올해다. 올해도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경제성장률을 3.8%에서 3.1%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췄다.

전망치에서 실제 성장률이 얼마나 차이가 날 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정부 전망치보다 0.6%p 낮았던 지난해와 비슷한 기조로 흘러간다면 세수결손 규모는 10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약화된 과세기반, 근본적 고찰이 필요하다" = 많은 전문가들과 경제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옛날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경편성으로 인한 경기부양, 재정조기집행 등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우리 경제구조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지만 정부는 과거 관점대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예산편성과 경제전망을 함으로써 지금의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 국회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우리 경제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 의존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 중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10.3%에서 1980년대 9.8%, 1990년대 14.6%, 2000년대 20.7%로 늘어나고 있다.

법인세는 글로벌 경제상황 등 경기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세목으로 안정적인 세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부는 법인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과 법인세 인하 등의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예측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과거보다 자본의 국제이동이 쉬워졌다는 점도 법인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 기업들은 세부담을 덜기 위해 비교적 세율이 낮은 나라나 조세회피처로 자본을 이동시키고 있고 이는 국가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조세회피 세태는 법인세 유효세율을 낮춰 세원을 약화시켜 세수결손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정부는 재정집행에 차질을 빚어 경기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쳐 또 다시 과세기반을 약화시키는 등의 악순환을 낳는다.

다만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정책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법인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세원을 확대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국민개세주의' 원칙 일깨워야" =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는 국민이라면 모두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조세제도에 대한 원칙을 말할 때 흔히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여파 등으로 내수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소득세수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소득이 100% 노출되어 있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세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연말정산 재정산 조치로 면세자 비율은 크게 늘어나 근로소득세원이 약화된 상황이다. 전체 소득세 중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1.6%에서 2014년 47.6%로 상승했다.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였지만 정부의 연말정산 후속 보완조치로 2014년 48.2%로 치솟았다. 근로자 2명 중 1명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말로 이는 '국민개세주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유리지갑인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불성실신고나 탈세 등이 상대적으로 억울한 측면이 큰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런 불만이 지난 연말정산 파동 때 불거져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무엇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세원 양성화와 면세자 비율 축소를 같이 진행해 세원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경제동향&이슈'를 통해 "적정세수를 확보하면서도 경제활동에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인세 유효세율의 하락을 막고 소득세 면세점 비율을 하향조정 하는 등 과세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금혜택 카드 남발하는 정부 = 정부는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과도한 세금혜택을 줄이겠다는 기조로 조세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비과세·감면 축소 원칙에 따라 국세감면액은 2013년 33조8000억원에서 2014년 33조원으로 감소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었지만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국세감면액은 33조5000억원으로 다시 불어났다.

임대소득 비과세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으로 내놓은 임대소득 과세 방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 사업자에게는 3년 간 한시적으로 비과세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예정처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올해 113억원을 비롯해 2016년 128억원, 2017년 146억원, 2018년 131억원, 2019년 147억원 등 5년간 665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세법개정안 수정안 발표, 임대소득 비과세 조치, 연말정산 보완대책 마련 등 정부의 행보는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원칙에서 벗어날 뿐더러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는 법안 경우에는 시행조차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소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지만 종교인들은 소득이 있음에도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3년 9월 종교인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일부 개신교에서 반대했고 다음해인 2014년 2월 보완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가 올해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복지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세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연말정산 보완책으로 면세자 비중을 늘리고, 종교인 과세는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 앉고 있다"며 "정부의 세제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세일보 / 이희정, 이현재 기자 hjle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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