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兆 남성복 시장 재편…남성복 중 정장 매출 비중
7년 만에 10%P 가량 급감…맨스타 등 '퇴출' 잇따라

근무복장 자율화 확산…몸에 딱 붙는 슬림핏 대세
< “넥타이는 다 어디 갔을까” > 슈트를 입는 남성이 줄면서 정장에 집중하던 전통적인 남성복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일 아침 서울 여의도에서도 재킷이나 넥타이 없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넥타이는 다 어디 갔을까” > 슈트를 입는 남성이 줄면서 정장에 집중하던 전통적인 남성복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일 아침 서울 여의도에서도 재킷이나 넥타이 없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회사에 입고 갈 필요가 없는 데 뭐하러 사겠어요.” “비가 조금만 와도 무릎까지 홀딱 젖으니….” “주름이 잘 가고 관리하기 불편해요.”

패션회사 LF의 신사복사업부는 최근 남성 소비자 30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정장을 입지 않는 이유를 쏟아 냈다. 한때 신사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옷이었던 슈트는 ‘불편한 옷’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감덕규 LF 팀장은 “정통 슈트는 예복이나 금융권, 공기업 등 일부 수요가 남아있지만 크게 반등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남성들은 보다 편안하고, 세련되고, 차별화된 옷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장의 굴욕…부도·철수 잇따라

[남성복 시장 판도 바뀐다] 대리도 상무도 비즈니스 캐주얼…롯데백화점 정장 매장 절반으로 축소

정장을 찾는 남성이 갈수록 줄면서 연간 7조원 규모의 남성복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류 매출에서 정장 비중은 2004년 49.8%에서 지난해 35.1%로 급감했다. 캐주얼과 아웃도어의 상승세에 밀려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남성복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코오롱FnC가 1987년 출시한 남성 정장 맨스타는 2013년 사업을 접었다. 이 회사는 당초 맨스타 브랜드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사겠다는 업체가 없어 결국 철수했다. 더베이직하우스의 다반, 제일모직의 니나리치 맨도 최근 1년 새 매장을 모두 닫았다. 피에르가르뎅, 폴스튜어트를 판매하던 남성복업체 미도와 헤리스톤을 판매하던 굿컴퍼니는 부도가 났다.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서는 정장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 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신영조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갤럭시 닥스 등 정통 정장과 넥타이, 셔츠 코너는 매출이 부진해 면적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며 “반면 지이크 앤드지바이지오지아 등 트렌디 정장과 해외 직수입 잡화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볍고 편하게…달라진 남성복

정장 수요가 꺾인 가장 큰 배경은 대기업들의 근무복장 자율화다. 1999년 CJ를 시작으로 삼성 LG SK 롯데 등이 줄줄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했다. 올여름에는 삼성이 주말 반바지 착용까지 허용하는 등 격식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 열풍은 남성복 업체들이 내놓는 주력상품의 소재와 스타일도 바꿔놨다. 10년 전에 비해 재킷과 셔츠의 가슴둘레는 평균 10㎝가량 줄었다. 젊은 남성들이 몸에 딱 붙는 슬림핏(slim fit)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바지는 구두를 덮는 길이에서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길이로 짧아졌다. 셔츠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상황을 감안해 제작되고 있다. 단추나 고리를 달아 깃이 벌어지지 않게 하고,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입힌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갤럭시 마에스트로 캠브리지멤버스 등 전통적인 신사복 브랜드도 캐주얼 의류로 맞대응하고 있다. ‘아저씨 정장’ 대신 슬림핏과 화려한 디자인의 상품을 대폭 늘리고 있다. LF의 감 팀장은 “과거에는 하나같이 좌르르 윤이 흐르는 고급 소재를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잘 늘어나는 스트레치 소재, 주름이 덜 가는 링클 프리 소재, 비에 젖지 않는 생활방수 소재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복 시장도 무한경쟁”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성 소비자들이 저가의 제조·직매형 의류(SPA)와 고가 수입 브랜드로 이탈하는 점이 업체들의 고민이다. 2005년 한국시장에 상륙한 유니클로는 캐주얼 열풍에 힘입어 10년 만에 연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면서 1위 패션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박순기 우성I&C 마케팅 상무는 “국내 남성복 브랜드들이 급변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했다”며 “그 자리를 해외 브랜드가 파고들어 토종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A급의 가격 경쟁력과 유럽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겸비해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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