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리스크’ 혹은 ‘세종시의 저주’가 심각한 문제다. 18개 중앙행정기관의 엘리트 공무원 1만3000여명이 신도시로 옮겨갔지만 정책과 행정의 품질만 떨어졌다는 비판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2012년 12월 총리실을 시작으로 주요 부처가 대거 이전한 지 2년 반 만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한경 이 세종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8개 경제부처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74%가 이전 뒤 정책의 품질이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오후 6시면 불 꺼지는 청사, 금요일엔 유령도시 같다는 판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1주일에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날이 사흘도 안 된다는 응답이 60%나 된다. 업계와 소통·대면 횟수가 줄었다는 응답자가 80%에 달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런 결과다. 이들의 절반이 국회나 청와대로 가느라 그렇다고 한다. 간부들이 늘 자리를 비우는 판에 실무자가 일을 찾아서 하기는커녕 주어진 업무인들 잘 해낼까.

메르스의 초기대응에서 정부가 허둥댄 데도 세종시의 비효율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장관은 주로 서울에, 실무자들은 세종에, 질병관리본부는 청주 오송에 있었다. 긴밀한 대면 의사소통이나 됐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세종시의 13개 기관 공무원이 쓴 서울 출장비만 75억원에 달했고, 평일 업무시간에 서울행 KTX 이용자도 한 달에 5000명 이상이었다. 안 그래도 혁신도시라며 공기업들을 죄다 전국 대도시 외곽의 허허벌판으로 흩어놓아 부처들이 소관 공기업과 상시 정책협의를 하는 것도 어렵게 돼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민원인일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을 만나기 위해 세종시로, 한국전력과 협의하러 나주로 가야 하는 판인데 세종시 공무원들은 우르르 서울로 출장가 버리고 없는 상황이다. KDI·KIEP 등 주요 국책연구기관 고급인력의 이탈 러시도 이들 기관의 세종시 이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행정은 갈수록 비효율·비생산적이 되고 국책 싱크탱크의 두뇌 이탈로 나라의 지력체계가 흔들린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대의 책략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바로잡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어쩔 방도가 없다고도 하지만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