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으로 '전기통하는 플라스틱' 만든다…그래핀 대체
[ 김봉구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얼음을 이용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폴리아닐린’(전기가 통하는 플락스틱)의 나노시트를 손쉽게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스텍은 박문정 교수(화학과·사진) 연구팀이 얼음을 틀로 사용해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의 나노시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시트는 생산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2배 이상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어 화제가 됐다.

플라스틱이지만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는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합성과 공정이 복잡해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으나 폴리아닐린은 간단한 공정으로 합성 가능해 초소형 전자기기나 전지 전극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폴리아닐린을 전기 소자로 사용하려면 분자 형태에서 2차원의 ‘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래핀을 이용한 사례만 알려졌다. 이 역시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큰 면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박 교수팀은 얼음 위에서 합성할 때 수직 방향으로 성장하는 화학작용에 착안해 폴리아닐린을 나노 두께 시트로 만들어냈다. 얼음 위에서 만들어진 이 나노시트는 합성 후 얼음을 녹여 다른 기판에 옮기거나 패턴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특히 전도성이 뛰어나다. 그간 알려진 폴리아닐린 전도도의 40배를 뛰어넘었으며 그래핀을 이용해 만들어진 나노시트보다 2배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또한 이 합성법은 1㎡ 합성 단가가 9000원에 불과하고 틀을 얼음으로 이용해 친환경적인 장점도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성과는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면서 “개발한 나노시트를 다양한 전기화학 소자 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화학학술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지 발표 논문 중에서도 상위 10% 우수논문인 중요논문(Highly Important Paper)으로 선정됐다.

['삼성 반도체', 명실상부 3조 시대] [디젤 얹은 티볼리, 연비·성능 '유럽형'] [회초리 놓고 전자펜 잡은 '스마트 훈장님'] [수소차 전쟁, 일본에 밀리는 이유] [베일벗는 삼성페이, 애플·구글과 결제 전쟁]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