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의 일식전문점 ‘하루엔소쿠’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하루엔소쿠 제공
서울 압구정동의 일식전문점 ‘하루엔소쿠’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하루엔소쿠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일식전문점 ‘하루엔소쿠’는 식사시간 때 늘 손님들로 꽉 찬다. 가격 대비 품질이 높아 단골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165㎡(약 50평)짜리 이 점포의 한 달 평균 매출은 9000만원, 순이익은 1800만원에 달한다는게 점주 한덕희 사장(55)의 설명이다. 하루에 손님이 300명 이상 찾아온다. 한사장은 “일본 분식의 장점은 깔끔하고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것”이라며 “한식에 물린 손님들이 하루 한 끼 정도는 일식을 찾고 있어 메르스와 관계없이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포에서는 돈가스, 우동, 소바, 돈부리, 규동, 나베 등을 판매한다.

◆강남 ‘핫플레이스’ 된 일식전문점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댕구우동’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있는 ‘야마다야’와 함께 일본 가가와현의 명물인 사누키우동 전문점이다. 중력분과 소금만으로 만드는 쫄깃한 식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서울 강남구 CGV 영화관 뒤편에는 일본 음식으로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총 4층 규모의 이 점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 가게의 콘셉트는 일본 가정식이다. 메뉴가 마치 일본의 집밥처럼 나온다. 일본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도자기에 밥과 카레나베 같은 요리가 담겨 나온다. 요리 메뉴는 1만2000원대, 단품 요리는 5000원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맛집 ‘오무라안’은 일본식 식사나 이자카야 요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 맛볼 수 있는 정통 일식이 나온다. 가격도 일본 현지와 비슷하다. 예약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자리를 잡기 힘들다. 오무라안은 소바와 닭고기 꼬치인 쓰쿠네가 유명하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돈부리(덮밥), 덴동(튀김덮밥)도 일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식사류는 6000원부터 1만원 사이, 일품 요리는 4000원부터 4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정통 일식과 사케 ‘동반 인기’

일식이 다시 뜨고 있다. 일본 음식점 붐은 1990년대 중반 돈가스, 우동, 소바, 스시 등 일본 분식점들이 줄지어 생겨나면서부터 일었다. 용우동, 장우동, 석우동 등 우동집 이름을 달고 한국 분식을 판매하는 곳도 많이 생겨났다. 이자카야도 안주가 아닌 일본식 요리를 제공하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당시의 일본 음식점과 최근에 생겨난 일본 음식점들은 차이가 있다.

예전의 일식전문점이 일본 음식을 흉내낸 것이었다면 최근의 일본 음식점들은 일본 현지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를 표방한다. 정통일식이란 얘기다. 한국 사람들의 일본여행 경험이 많아지면서 흉내만 낸 일식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국적의 요리사가 국내에서 창업하거나 일본에서 요리기술을 전수해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과 홍대, 가로수 거리, 이태원 등이 이들의 무대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고 외국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이자카야가 늘어나는 것은 일본 술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케는 3년 전부터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추세다. CU편의점의 경우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입맥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2% 증가했는데, 상위 5개 수입맥주 중 아사히, 삿포로, 기린이치방 등 일본 제품이 3개나 들어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흉내 내기에 그쳤던 일식시장이 정통 일식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식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은 저변을 넓히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