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 노바티스 본사에서 열린 ‘환자중심 혁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녹내장 환자 체험을 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스위스 바젤 노바티스 본사에서 열린 ‘환자중심 혁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녹내장 환자 체험을 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약산업의 메카인 바젤. 시내를 관통하는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글로벌 1위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3위 제약사인 로슈가 마주 보고 있다.

노바티스 본사에서는 지난달 29~30일 이틀간 노바티스의 향후 신약 파이프 라인(신약 후보물질)과 연구개발(R&D) 전략을 소개하는 ‘환자 중심의 혁신’ 행사가 열렸다. 노바티스 R&D 총책임자인 마크 피시먼 생명의학연구소(NIBR) 소장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분야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R&D의 큰 줄기를 설명했다.

○‘특허절벽’에도 지속 성장

노바티스, 세계 1위 꿰찬 비결은 연 10조 R&D
노바티스가 한 해에 쓰는 R&D 비용은 1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1조원(약 99억달러)가량을 R&D에 쏟아부어 전 세계 제약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매출 60조원이 넘는 회사가 전체 매출의 16~18%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노바티스 아시아·중동·아프리카총괄 사장은 “다른 경쟁자들이 대형 의약품의 특허만료 후 매출이 급감하는 ‘특허절벽’을 겪는 데 반해 노바티스가 계속 성장하는 비결은 R&D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상위 5개사 중 화이자 머크 사노피 등 대부분 회사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노바티스는 약 3%의 성장을 유지한 덕분에 화이자를 누르고 1위에 복귀했다. 최근 2년 새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고혈압치료제 디오밴 등의 대형 의약품 특허만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실적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노바티스는 차기 신약 부재로 고민하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차기 신약 파이프라인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현재 143개 프로젝트에서 500여개 신약후보 물질을 임상 중이다. 내년까지 300여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가르시아 사장은 “미국에서 신약허가를 추진하고 있는 심부전치료제를 비롯해 건선치료제, 천식치료제 등이 1~2년 안에 나올 대형 신약”이라고 소개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승승장구

노바티스는 인수합병(M&A)으로 ‘특허절벽’ 돌파에 나서는 경쟁업체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지난해 영국 GSK에 백신사업부(독감백신 제외)를 양도하고 항암제 사업부를 넘겨받는 빅딜을 단행한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앞서 일라이릴리에는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매각했다. 대신 미국 안과전문업체 알콘을 인수해 백내장과 녹내장 치료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조정으로 노바티스는 전문의약품, 항암제, 안과 분야 등과 자회사 산도스의 제네릭사업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했다.

최근에는 안과 분야를 가장 급성장 분야로 보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구글과 손잡고 당뇨와 노안을 동시에 치료하는 스마트렌즈 개발에 착수했다. 피터 리처드슨 알콘 메디컬수석부사장은 “인구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안과 분야가 노바티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렌즈 상용화도 앞으로 수년 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