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불안한 주택시장 분양열풍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초만원 지하철에서도 기침 한 번이면 순식간에 길이 뚫린다. 사람이 모이는 웬만한 행사는 계모임까지 사라졌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열기만은 예외다. 메르스가 무색할 지경이다. 주말에 개장한 전국의 모델하우스에는 수만명이 몰려들고 있다.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초, 건설사들은 일제히 청약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나 2주일 만에 상당수 주택업체들이 청약일정을 당초대로 되돌렸다. 이로써 지난주 17곳에 불과했던 견본주택 개장 단지가 이번주에는 26곳으로 대폭 늘었다.

기존 아파트값도 다시 강세

수요자들의 모델하우스 방문 열기도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G건설이 부산 연산동에 개장한 견본주택에는 주말 동안 3만여명이 몰렸다. 충남 천안 불당에 D건설이 선보인 견본주택에도 지난 19일 개장 이후 3일간 2만3000여명이 다녀갔다. KTX 천안아산역 일대가 주말 내내 교통혼잡을 빚을 정도였다. 분양시장 활황으로 기존 아파트값도 강세로 돌아섰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작년 말 대비 50조원 정도 증가했다. 6월 현재 전국 아파트 706만6644가구의 시가총액은 2071조5483억원이다. 작년 말보다 2.43%가 늘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1년 남짓 지속되고 있는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려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식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투자자와 정부도 비슷한 조바심이 있다. 전문가들은 짧게는 올 연말, 길게는 내년까지를 호황 지속기간으로 점친다. 2000년대 초반처럼 6~7년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불안한 ‘반짝 호황’인 셈이다. 초저금리 지속, 전세대란 장기화, 새집 선호도 증가 등 몇 가지 호황 요인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엇인가에 쫓기는 느낌이 역력하다. 공급자인 주택업계는 ‘빨리 분양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실수요자들도 ‘신속 청약’과 ‘당장 매수’에 대한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다. 투자자와 일반인들은 ‘매수 시점’에 대한 걱정이 많다. 정부도 불안해한다. 간신히 살린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다.

불안한 호황, 언제까지 갈까

장기 불황 뒤에 찾아온 ‘반짝 회복장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보다는 급변한 주택시장을 이해 못한 ‘관행적 투자행태’에 따른 불안일 수 있다. 주택 부족시대가 마감(주택보급률 103%)됐는데도 ‘묻어두면 돈 된다’는 식의 투자관행이 발동하면서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돈 되는 집’보다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는 합리적 주택 소비관행을 주문한다. 집이 남아돌고, 집값이 비싼 현재 시장에서 ‘돈 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회복기를 잘 활용해서 공공주택 인프라 확보에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뜬금없이 “주택 공급과잉 상황이 아니다”며 민간주택 공급 확대를 인위적으로 부채질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서는 안 된다.

민간주택은 시장에 따라 민간이 알아서 공급한다. 공공 서민주택의 안정적 확보는 부동산시장 안정의 필수 조건이다. 박근혜 정부도 행복주택(공공주택) 15만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언제부턴가 행복주택 얘기가 뜸해졌다. 차분히 다시 챙길 때다.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