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어제 연설에서 영국은 높은 세금, 높은 복지사회에서 낮은 세금, 낮은 복지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캐머런은 저소득층에서 세금을 걷은 다음 이 돈을 더 많은 복지로 돌려주는 ‘우스꽝스러운 회전목마 놀이’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난 주말 런던에서만 7만명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긴축 반대 목소리가 거리를 떠돌고 있지만 캐머런은 그런 메아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영국인의 일상에서 복지에 안주하려는 오랜 타성을 반드시 사라지게 하겠다는 의지가 넘쳐난다.

캐머런 정부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출범한, 정통성을 획득한 정권이다. 지난 5년간 각종 긴축정책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지만 다시 캐머런을 선택한 것에서 영국인의 지혜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묻어난다. 캐머런은 출범하자마자 공무원 10만명을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제는 영국병을 낳은 주범인 복지를 개혁하겠다고 칼을 뽑아든 것이다. 당장 2017년까지 120억파운드(약 21조원)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특히 노동 연령층의 복지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1980년 공공지출의 8%였던 생산가능인구의 복지비중은 대처 총리 시절 10%를 유지했지만 블레어 노동당 정부 말기인 2010년엔 공공지출의 13%까지 불어났다. 이 비중을 다시 줄여나가겠다는 게 캐머런 정부 복지개혁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복지총액제한제도(benefit cap)를 도입할 계획이다. 어떤 명목이건 총액이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면 복지가 중단되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세금 공제 역시 이를 복지로 간주하고 줄이겠다는 것이다.

캐머런 정부는 복지개혁이야말로 영국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영국의 가정을 의존에서 독립으로 바꾸는 것이 복지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심 없이는 어떤 사회적 정의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베버리지 복지의 출발지였던 영국이 근본적 복지개혁에 나서고 있다. 캐머런의 논리에 틀린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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