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금융계좌, 자진신고가 최선이다
현대사회에도 보물섬은 있을까. 로버트 스티븐슨의 해양모험소설 보물섬은 해적이 남긴 지도를 가지고 보물이 숨겨진 외딴 섬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일확천금을 노려볼 수 있는 보물섬의 로망은 현대인들도 다름없을 것 같다. 실제 지금도 ‘보물섬’이라는 별칭을 가진 섬들이 꽤 있다.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맨섬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섬들이다.

그러나 최근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거주자의 해외자산을 파악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FBAR),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FATCA)을 통해 해외계좌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국외재산조서제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을 체결해 국가 간 정보교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역외탈세와 관련한 국제공조가 긴밀해짐에 따라 해외금융자산을 신고하지 않고 보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금융비밀주의를 고수하던 스위스를 비롯해 85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버뮤다,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를 포함한 110개 국가와 조세·금융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국내 거주자가 미국에 보유한 금융정보를 국세청이 정기적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2011년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1년 11조5000억원이던 신고금액이 2014년에는 24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개인 신고자도 2011년 211명에서 2014년 389명으로 46% 증가하는 등 제도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치도 마련됐다. 현행법상 신고의무를 위반하면 미신고금액의 10%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50억원 이상 고액 미신고자는 인적 사항이 공개될 수 있으며 2년 이하 징역이나 10% 이하 벌금 등 형사처분도 받을 수 있다. 또 올해부터는 신고하지 않거나 적게 신고한 금액의 출처를 소명해야 하며, 소명하지 못한 금액의 10% 과태료도 추가적으로 부과된다. 내년부터는 벌금과 과태료 부과율이 20%로 인상될 예정이다.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한 국민의 제보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신고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찾아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국민에게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올해부터는 탈세 제보 포상금을 받더라도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미신고 포상금도 중복으로 탈 수 있게 돼 최대 5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진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도 커졌다. 올해부터 수정신고나 기한이 지났더라도 신고하면 과태료의 감경률이 최대 50%에서 70%까지 높아지고 미소명 과태료 적용도 배제한다. 명단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등 스스로 신고했을 때 받는 혜택을 더욱 확대했다.

매년 6월은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는 달이다. 지난해에 매월 말일 기준으로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회사에 보유한 계좌 잔액이 10억원을 넘는다면 올해 신고 대상이다. 해외금융계좌를 갖고 있다면 신고 대상이 아닌지 챙겨봐야 할 것이다. 신고를 놓쳐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려면 자진신고가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봉래 < 국세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