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노스요크에 있는 캐나다외환은행 본점은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이 원큐뱅크 협업을 위해 모이는 핵심 거점이다. 박동휘 기자
토론토 노스요크에 있는 캐나다외환은행 본점은 하나·외환은행 직원들이 원큐뱅크 협업을 위해 모이는 핵심 거점이다. 박동휘 기자
하나금융그룹은 캐나다 자회사인 캐나다외환은행을 통해 진행 중인 핀테크(금융+기술) 실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캐나다외환은행이 올 1월 현지에서 시작한 인터넷은행 서비스인 원큐뱅크(1Q Bank)가 핀테크를 기반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어서다. 원큐뱅크는 갈수록 커지는 해외송금 시장을 겨냥해 계좌번호 없이 전화번호만으로 즉시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해외동포 시장을 넘어 500만 아시아계 이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은행 캐나다서 먼저 시작

"해외송금 잡아라"…하나금융 원큐뱅크의 실험
방기석 캐나다외환은행 대표는 “한국 기업이나 한인들에게 의존하는 은행의 해외 진출 관행을 바꿔보자는 하나금융그룹의 고민이 원크뱅크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관행을 바꿀 수 있느냐’였다. 수익성을 고려할 때 지점망을 확대하기는 어려웠다.

하나금융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타깃’ 측면에서 캐나다는 최적지였다. 금융 규제가 거의 없는 데다 한지붕 아래 들어온 외환은행이 캐나다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어 따로 은행업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인구 3500만명 중 15%가 아시아계라는 점도 고려했다. 정서적으로 비슷한 아시아계라면 해볼 만하다고 경영진은 판단했다. 본격적인 영업을 위해 중국계 직원(전체의 약 10%)과 사외 이사 1명을 영입했다.

원큐뱅크는 출범 3개월 만에 1만1000계좌를 돌파했다. 유효계좌 비율도 92%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휴대폰번호를 활용한 국내외 송금서비스를 도입해 히트했다. 계좌번호 대신 상대방 전화번호를 누르면 돈이 전달되는 서비스로 캐나다에서는 처음이다.

해외송금 분야는 커런시클라우드가 기존의 10분의 1로 서비스를 내놔 돌풍을 일으키는 등 핀테크 분야에서 주목받는 영역이다.

◆해외송금시장은 시작일 뿐

하나금융은 편리하고 값싼 해외송금을 앞세운 원큐뱅크를 통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넓히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중국 상하이에 외국인 전용 PB센터를 설치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 대표는 “국제송금 서비스를 통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하나금융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송금한 돈을 찾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원큐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한국에서 캐나다로 돈을 보낼 때도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토론토=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