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장은 내가 지킨다'? 이젠 옛말…직장예비군이 사라지고 있다
부산 구·군 직장예비군 모두 해체
남성 신입 연령 상승·여성 취업률 증가
훈련 대상자 갈수록 감소
가장 큰 이유는 남성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 상승과 여성 취업률 증가로 직장예비군 대상자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따라 단일 직장 내 편성 대상 인원이 80명이 넘으면 직장예비군을 의무 운영해야 하지만 이 같은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남성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은 약 32세였다. 대부분의 입영 대상자가 20대 초중반에 병역을 마친다고 가정하면 제대 후 6년차까지 받는 예비군 훈련은 취업 시점에 대개 끝나는 셈이다. 게다가 여성 취업률이 빠르게 늘어 젊은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5~29세 여성 취업률은 73.8%로 동일연령대 남성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지방직 공무원 시험 합격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절반 이상을 기록 중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예비군 편성 자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병무청 관계자는 “직장예비군 유지를 위한 비용을 기업들이 아까워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에 직장예비군을 없앤 한 기업 관계자는 “예비군 중대장 임금과 관련 업무를 위한 사무실 공간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직장예비군을 없애는 것이 낫다”며 “지역예비군이 되면 각자 훈련일을 조정해 신청할 수 있지만 직장예비군은 한꺼번에 업무에서 빠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예비군 제도는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1·21사태(김신조 사건)’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던 1968년 4월 창설됐다. 국지도발,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해 지역 내 생산시설과 공공기관을 직원들이 자체 방어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직장예비군의 감소는 유사시 주요 거점의 방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학과장은 “직장 예비군이 줄어들면 대도시 곳곳에 있는 통신시설과 인쇄시설 등 전략물자에 대한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며 “지역예비군과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이 축소되는 직장예비군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