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28)의 직장예비군은 지난해가 마지막이었다. 회사에 편성돼 있던 직장예비군이 작년 11월 중대장의 정년퇴직과 함께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10년 전만 해도 80명이 넘던 직장예비군 대상자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는 남은 2년의 예비군 훈련을 회사가 아닌 집 근처 지역예비군에서 받게 된다. 김씨는 “회사 안에서 군복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주요 생산시설과 관제센터를 지키는 것도 이제는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내 직장은 내가 지킨다'? 이젠 옛말…직장예비군이 사라지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직장예비군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직장예비군은 제대 후 1~8년차 남성들로 이뤄지는데 취업난에 취업이 늦어지면서 직장마다 그 대상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21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확보한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329개였던 직장예비군 부대는 지난해 858개로 35%가량 줄었다. 서울에서는 2013년 180곳이던 직장예비군이 2년 새 14개가 줄었다. 공공기관의 직장예비군 해체는 더 빠르다. 부산 16개 구·군의 직장예비군은 최근 5년 사이에 모두 해체됐다. 부산시청도 직장예비군 편성의 최소인원(80명)을 채우지 못해 해체를 검토 중이다. 광주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 직장은 내가 지킨다'? 이젠 옛말…직장예비군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성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 상승과 여성 취업률 증가로 직장예비군 대상자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따라 단일 직장 내 편성 대상 인원이 80명이 넘으면 직장예비군을 의무 운영해야 하지만 이 같은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남성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은 약 32세였다. 대부분의 입영 대상자가 20대 초중반에 병역을 마친다고 가정하면 제대 후 6년차까지 받는 예비군 훈련은 취업 시점에 대개 끝나는 셈이다. 게다가 여성 취업률이 빠르게 늘어 젊은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25~29세 여성 취업률은 73.8%로 동일연령대 남성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지방직 공무원 시험 합격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절반 이상을 기록 중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예비군 편성 자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병무청 관계자는 “직장예비군 유지를 위한 비용을 기업들이 아까워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에 직장예비군을 없앤 한 기업 관계자는 “예비군 중대장 임금과 관련 업무를 위한 사무실 공간 유지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직장예비군을 없애는 것이 낫다”며 “지역예비군이 되면 각자 훈련일을 조정해 신청할 수 있지만 직장예비군은 한꺼번에 업무에서 빠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예비군 제도는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1·21사태(김신조 사건)’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던 1968년 4월 창설됐다. 국지도발,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해 지역 내 생산시설과 공공기관을 직원들이 자체 방어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직장예비군의 감소는 유사시 주요 거점의 방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학과장은 “직장 예비군이 줄어들면 대도시 곳곳에 있는 통신시설과 인쇄시설 등 전략물자에 대한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며 “지역예비군과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이 축소되는 직장예비군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