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Strategy 빼라" vs 기재부 "못 바꿔"
행정자치부가 추진 중인 중앙행정기관의 영어이름을 일제히 바꾸는 정부조직 영문명칭 정비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중앙부처 중 영문명칭 정비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기획재정부가 명칭 변경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행자부는 내용이 분명치 않거나 표현이 어색한 중앙행정기관의 영문명칭을 일제히 정비해 ‘정부기관의 약칭 및 영문명칭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는 작업을 지난 3월부터 추진 중이다. 해당 예규를 개정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국제사회에서 부처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현 부처 영문명칭을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행자부는 이달 말까지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기재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행자부 산하 정부조직 영어명칭 자문위원회는 현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인 기재부 영문명칭에서 ‘Strategy’ 대신 ‘Planning’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Strategy’는 국가의 미래 경제전략을 수립하는 부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쓰였지만 이를 보고 기재부를 떠올리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단어가 풍기는 ‘관 주도’의 뉘앙스도 부처 명칭에 쓰기에 어색하다는 지적도 많다. 행자부는 다른 대안으로 ‘Strategy’를 뺀 ‘Ministry of Finance’로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영문명칭을 변경하면 그동안 대외적으로 축적한 이미지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또 행자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Planning’은 주로 저개발국에서 사용하고 있어 시장 통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재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기존 영문명칭에 대한 입장이 확고해 설득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강경민/이승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