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절차 남겨둬…원자력 이용 자율성 확대
외교부 협정문 전문 홈피에 공개

노효동·김세진 특파원 이귀원 기자 = 한국과 미국이 42년 만에 개정된 새로운 원자력협정안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방미 중인 윤병세 외교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오후(한국시간 16일 새벽) 워싱턴D.C. 에너지부에서 한미원자력협정(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이로써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22일 서울에서 협상 타결과 함께 가서명을 한 이후 50여일 만에 행정부 차원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었다.

외교부는 한미원자력협정문 전문을 홈페이지(www.mofa.go.kr)에 공개했다.

윤 장관은 "이번 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을 중심으로 한미 양국 간 선진적·호혜적 협력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새 협정은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한미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성공사례"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한미동맹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니즈 장관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의 지주인(anchor)인 한미동맹이 새협정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새협정이 양국의 원자력 산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미국 의회의 심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모니즈 장관과 환담한 뒤 워싱턴특파원들과 만나 모니즈 장관이 16일 의회에 협정문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73년 발효된 기존 협정을 대체하는 새 협정안은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 수출 등 3대 중점 추진 분야와 원자력 연구개발 분야의 관련 조항들을 전면 개정했다.

특히 핵연료(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 등에 따라 완전히 묶여 있던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재처리)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의 제한적 재처리를 통해 우리 원전 산업에 다방면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협정은 총 40여 쪽 분량으로, 한미간 원자력협력의 틀과 원칙을 규정한 전문과 21개 조항의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과 한미 고위급위원회 설치에 관한 각각의 합의의사록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 41년이었던 협정의 유효기간은 원전 환경의 급속한 변경 가능성 등을 감안해 2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다만, 협정 만료 2년 전에 어느 한 쪽이 연장 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5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의회로 넘겨진 협정안은 상·하원의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90일 연속회기 동안 반대가 나오지 않으면 의회를 통과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미국 의회 내에서 이번 협정안에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의회 통과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미 법제처가 이번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별도의 의회 승인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국내적 절차가 완료되면 상대에게 이를 통보하는 것으로 협정은 발효된다.

기존 만료시한은 내년 3월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양측의 모든 국내 절차가 끝나면 그 이전이라도 발효된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rhd@yna.co.kr,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