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3社 오릭스에 이번주 매각…구조조정 작업 1년6개월 만에
3조5755억 自救案 이행…자금난 덜고 지배구조 개편

현대상선 실적부진 지속…현대아산 대북 사업 불투명
현정은 회장 리더십 시험대 올라
현대그룹 구조조정 마무리…금융 떼내고 상선 등 3사로 재편

현대그룹이 1년6개월간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현정은 회장도 자산 매각 등으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남은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을 3대 축으로 그룹을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현 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상선은 이번주 안에 보유 중인 현대증권,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3사의 주식 5307만여주를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PE에 647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치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은 사실상 종료된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놓은 지 1년6개월 만에 자구안을 목표 대비 108.3% 초과달성하게 된다.

◆자구안 108% 초과달성

현대그룹은 2013년 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주 현대증권 매각이 끝나면 굵직한 구조조정 작업은 마무리된다. 현재 진행 중인 자구안은 해외터미널 유동화뿐이다. 현대상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 CUT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WUT 등 지분을 담보로 1500억원 규모의 유동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그룹은 지금까지 3조5755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부문 매각으로 9700억원을 확보했고, 물류부문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팔아 6000억원을 마련했다. 현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정은 회장 →현대글로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아산’으로 이어지는 지주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대규모 자산 매각도 이뤄졌다. 컨테이너박스 4만3000여개를 매각해 1225억원을 조달하고 KB금융지주 113만주(465억원), 신한금융지주 지분 208만주(960억원), 부산신항 장비(500억원), 부산 용당 컨테이너부지(783억원) 등을 파는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약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 밖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803억원)와 경영 혁신을 통한 비용절감(1225억원) 등으로 자구안 달성에 속도를 붙였다.

현대그룹의 자구안 초과달성은 업계에 모범 사례로 불리지만 현대그룹 재건 사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은 남은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대북 사업 전망과 해운시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현대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신성장동력을 확보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현대그룹은 당장 매각 대금을 현대상선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상환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의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718%, 올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도 3716억원에 달한다. 현대그룹 측은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안이 대부분 이행됐고 현대증권 매각 대금 등을 감안하면 회사채, CP 상환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의 회생에는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관건이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으로 매년 100억원대 영업 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아산은 2개월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내부적인 준비를 마쳤지만 관광 재개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대그룹은 그나마 그룹 내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확충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노리는 2대주주인 스위스 업체 쉰들러홀딩AG의 반대에 부딪친 상황이다.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도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올 1분기 5년 만에 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저유가에 따른 반짝 호조라는 게 해운업계의 평가다.

현재 해운시장은 머스크, MSC, CMA-CGM 등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노선 운임은 이달 들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선박공급 과잉에 따른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올해 유가 하락으로 2억600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겠지만 동시에 운임 하락으로 1억4000만달러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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