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만들긴 쉬워도 없애긴 어렵다. 각 부처나 지자체들이 만든 규정이 시간이 겹겹이 쌓여가면서 ‘중첩·복합 규제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세 차례나 열렸지만 푸드트럭 사례에서 보듯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제 행정자치부가 경제단체들과 연 규제혁신토론회에선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규제 사례들이 소개됐다.

산지규제는 대표적인 중첩·복합규제다. 높은 산에 절경 호텔이나 숙박·휴양시설을 짓기는 불가능하다. 10개 부처가 담당하는 20여개 법률이 촘촘하게 규제망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연 40만명이 찾는 대관령목장의 경우 초지법 백두대간법 수도법 등 8가지 법률에 걸려 우사, 풍력시설 외에는 시설건축이 불가하다. 간이시설에서 컵라면 정도를 겨우 먹을 수 있는 곳에 재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날 리 없다.

부처마다 다른 인증규정도 기업엔 큰 부담이다. 가구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포름알데히드 등을 검사할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소형챔버법’으로 가능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대형챔버법’만을 고집한다. 대형챔버법 검사시설은 전국에 네 곳밖에 안 되고 검사비용도 소형에 비해 3~4배 비싸다. 관공서의 자체 규정도 큰 진입장벽이다. ‘유사 실적이 있는 업체’ ‘동등 규격 이상의 납품 실적을 보유한 업체’ 등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신생 중소기업은 납품능력이 돼도 참여기회조차 없다.

이렇게 발이 묶이다 보니 기업들은 사업성보다 규제를 먼저 따지게 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사업성이 낮아도 규제가 적은 지역을 택하겠다는 응답(8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행자부는 전국순회 토론회를 벌인다고 한다. 반드시 답을 찾아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