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경필 오케스트라
루이 14세의 궁정음악 감독 장 밥티스트 륄리는 오케스트라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수많은 궁정발레와 극음악, 오페라를 만들면서 절대권력을 모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전원이 단복을 입고 활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연주 방식도 그가 처음 선보였다.

오케스트라(orchestra)는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단체를 뜻하지만 원래는 고대 그리스 연극장 앞의 ‘춤추는 마당’을 의미했다. 단순한 기악 앙상블이 아니라 연극과 무용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의미를 지닌 용어다. 이 말은 17세기 말에 부활한 이후 지금 같은 악단을 의미하게 됐다.

유형별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규모 관현악단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교향곡 중심의 교향악단인 심포니 오케스트라, 실내 관현악단인 체임버 오케스트라, 오페라나 발레 공연 때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연주하는 오페라 관현악단이 그것이다. 소속별로는 개인이나 민간단체 외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악단도 있다. 이 경우 국립이나 왕립, 시립, 도립 등의 명칭이 추가로 붙는다. 방송사 등 언론사 소속의 관현악단도 KBS 교향악단, 요미우리 교향악단 등 해당 언론사의 명칭을 같이 쓴다.

근대식 관현악단인 이탈리아 몬테베르디 악단이 40명으로 편성된 것을 보면 400여년 전에도 규모가 제법 컸다. 말러는 ‘천인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하려면 350명의 어린이합창단과 500명의 성인합창단, 7명의 독창자, 증원된 관현악단이 필요했다.

악단 규모가 커지면 비용도 증가한다. 더 많은 청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주회장이 세워지고 음악 애호가들의 지원이 늘면서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고정급여의 정규단원 외에 그때그때 프로그램에 맞는 객원연주자들을 수시로 영입하는 맞춤형 오케스트라다. 이 경우 자발적인 경쟁 시스템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키울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한국경제신문이 신문사 최초로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한다는 소식에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민간 오케스트라 모델인 데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금난새 씨가 음악감독을 맡는다니 기대가 더 크다. 24일까지 정규단원을 모집하는데, 이들이 객원연주자들과의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한국 음악계의 큰 별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오케스트라 이름 공모에 상금도 제법 걸렸다. 이참에 우리 식구들도 한번 응모해 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