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청년실업 해소, 기업투자 '족쇄' 푸는 게 지름길이다
청년(15~29세) 실업이 심각하다. 2000~2013년 연평균 7~8% 수준에서 등락하던 청년실업률이 작년 9%로 치솟더니 올해 4월에는 10.2%로 급등했다. 2008~2013년 연평균 33만명 수준이던 청년실업자 수도 작년 38만5000명으로 늘어난 뒤 올해 4월 44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 18만2000명, 취업준비생 36만8000명, 그냥 쉬는 청년 10만5000명 등 잠재 청년실업자만 67만6000명에 이른다. 이들을 합하면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12만1000명으로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한다. 청년경제활동인구는 434만7000명으로 5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뉴스의 맥] 청년실업 해소, 기업투자 '족쇄' 푸는 게 지름길이다
2000년 488만명이던 청년취업자 수는 올 4월 390만명으로 줄었다. ‘청년고용 절벽시대’라 할 만하다. 연간 대졸자 50여만명 중 절반은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된다. 청년 아르바이트생만 100만명 수준이다. ‘실신(실업+신용불량) 시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왜 청년 고용 사정이 악화하고 있나. 성장 둔화에 따른 투자 부진이 꼽힌다. 투자가 이뤄져 성장해야지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1% 성장에 6만~7만명 정도 일자리가 생긴다. GDP 성장률이 3% 안팎으로 주저앉으니 20여만명의 일자리밖에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연간 대졸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왜 성장이 안 되고 투자가 안 되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내수도 급속히 냉각하고 있어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 원·엔 환율마저 하락세를 지속, 미래 수출도 불투명하고 중국의 추격이 턱밑에 이르러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기가 힘들다.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경제활성화 관련법은 여야 정치싸움에 밀려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다.

체감 청년실업률 21.8%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임금은 더 요지경 속이다. 한국의 임금 수준은 경쟁국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지 않다. 세계은행은 국민소득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이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124로 세계 12위라고 밝혔다. 세계 31위의 싱가포르는 물론 19위의 일본, 22위의 미국보다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순 명목임금도 대기업은 미국,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저임금도 국민소득이나 구매력을 감안하면 한국이 세계 9~10위로 미국, 일본보다 높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작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91만원이었지만 무노조 중소기업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36만원으로 2.9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도 대기업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각종 임금 인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온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정년 60세 연장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은 10% 남짓으로 지지부진하다. 노동계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어 이것만 해도 10~20% 안팎의 임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소득주도 성장론과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현실을 외면한 임금 인상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저임금보다 20% 정도 많은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등 경제는 안 좋은데도 임금 인상 요구는 백가쟁명 상태다.

임금 상승~투자 위축~고용 감소

기업은 앞으로 임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이 자꾸만 해외로 나가 연간 250억달러 내외의 투자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개혁은 실종된 상태다. 대기업들은 신규 채용 계획조차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청년 신규 고용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세대 간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계량분석 결과 임금이 10% 오르면 총투자는 8% 감소한다. 이는 다시 총고용을 1.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총취업자 수가 2560만명이므로 임금이 10% 오르면 고용은 37만명 감소한다는 얘기다. 임금 상승분이 소비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는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임금이 10~15% 상승할 경우 투자 위축 가속화로 고용은 20만~30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고용률 70%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1987년 이후 중(中)성장기에 접어든 것처럼 다시 한번 성장동력 훼손으로 저(低)성장기에 진입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대책은 겉돌고 있다. 작년과 최근 내놓은 청년고용 대책은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 일정 기간 매년 1100만~1600만원 정도 지원하고 해외 취업시 1인당 3000만원 정도 지원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식의 퍼붓기식 지원이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늘 ‘재탕삼탕’이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 한다는 점과 이미 채용계획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채용하면서 지원금만 받는 경향으로 인해 신규 고용이 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 취업에 10만~20만명이 몰리고 공무원, 공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이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중소기업엔 외국인 근로자 100만명이 근무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직시하고 세계적인 대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전향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로 유명해진 미국 MIT대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에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20개만 있으면 선진국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용절벽 이은 연금갈등 우려

더 큰 문제는 ‘고용절벽’에 직면한 지금의 ‘실신 세대’가 국민연금을 받는 2050~2060년쯤에는 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 소득대체율 인상, 기금운용 수익률 하락 추세, 저출산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2040년 전후로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두 배 가까이 올리거나 최악의 경우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지금 고용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