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에 대해 결국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절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장기간 소원한 상황에서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다음달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을 눈앞에 두고 덜컥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일본도 유감스럽기 그지없지만, 우리 정부도 반성할 점이 많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자국 수산물 수입 금지가 과도한 조치라며 그간 꾸준히 해제를 요구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9월부터 이 일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막은 게 WTO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제소에 우리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대응 발표를 했지만 그간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수입 금지를 1년8개월간이나 지속했고, 일본 측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전문가위원회를 8개월이나 가동했지만 결론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판단은 철저히 과학적이어야 한다. 먹을거리에 막연히 불안을 조장하는 일부 반(反)원전 사회단체 주장에 정부가 휘둘리거나 부화뇌동해 국민 불안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정도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분석결과들도 진작 나왔다. 당연히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고, 해제할 만한 수준이면 적절한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철저히 과학적 수치만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사안에까지 정부가 일부 반일본 정서에 휩쓸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은 아무것도 사실로 드러난 게 없는 광우병 광란 때와 같은 일을 정부가 조장해선 안 된다. WTO 제소에 대한 유감 성명보다 지금이라도 풀 건 푸는 게 관계 개선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