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1위 6사 체제 포트폴리오 다양…리스크는 최소화
셰일오일·중국산 석탄화학 저가공세에도 대적


삼성그룹 석유화학부문 2개사를 새 식구로 맞이한 한화그룹 화학부문 6개사의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가 어떻게 발휘될지 업계의 관심을 끈다.

팀 케미스트리는 팀워크(team work)보다 더 강한 화학적 결합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개념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화학부문은 지난달 30일 자로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을 받아들여 기존 한화케미칼, 여천NCC, 한화화인케미칼, 한화첨단소재와 함께 6사 체제를 구축했다.

한화 화학부문은 매출 합계(2014년 기준)에서 19조 3천87억 원으로 LG화학(17조 2천645억 원), SK종합화학(15조 8천473억 원), 롯데케미칼(14조 8천589억 원) 등을 제치고 단숨에 유화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화 6사 중에는 한화토탈(8조 7천910억 원)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한화케미칼(3조 9천517억 원), 여천NCC(3조 5천694억 원)가 그 다음이다.

◇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우선 범용 유화제품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 생산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여천NCC의 연산 191만t에 한화토탈 생산량(연산 100만t)이 더해졌다.

한화 화학부문은 에틸렌 연산 규모(291만t) 역시 롯데케미칼(282만t)을 제치고 1위로 점프했다.

여천NCC는 원유 기반의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한화케미칼은 여천NCC로부터 에틸렌을 받아 폴리에틸렌(PE)·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생산하는 구조다.

여기에 자체 에틸렌 생산라인을 보유한 한화토탈이 합류한 건 단순한 생산량 플러스 외에 원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했다.

한화토탈은 국내 유화기업 중 유일하게 한 단지 내에 석유화학 영역인 나프타 분해설비(NCC)와 정유사 영역인 콘덴세이트(초경질유) 분해설비(CFU), 방향족 생산라인을 모두 보유한 업체다.

따라서 한화 화학부문은 기존 나프타 중심의 제한된 원료에서 콘덴세이트, LPG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블 NCC 체제'를 보유한 것도 충분한 강점이 된다.

원료인 나프타의 대량 공동구매가 가능하고 구매력(buying power) 우위가 강력해지면서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남 여수, 충남 대산에 두 곳의 나프타 크래킹센터(NCC)를 운영하면서 양쪽의 잉여 또는 부족 유분이 생기면 상호 교환(스와프·swap)을 통해 보충하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대산에 있는 한화토탈 NCC에서 생산하는 또 다른 제품(중간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부타디엔(BD)을 여수산업단지 내의 다른 유화업체에 판매할 때 제품 스와프를 통해 가까운 여천NCC에서 팔면 물류비를 확 줄일 수 있다.

반대의 경로로도 마찬가지다.

◇ 석탄기반 중국 공세 넘는다
한화 화학그룹은 에틸렌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PX(파라자일렌)·벤젠 등 방향족 제품, 에너지사업(LPG·경유·항공유)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해외 경쟁업체들의 공세에 대적할 '체력'을 비축한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프타 기반의 에틸렌보다 가격이 저렴한 셰일가스·셰일오일과 중동산 에탄가스, 중국의 석탄 기반 에틸렌 등 글로벌 시장에는 거센 가격 공세를 펼치는 무수한 경쟁제품이 도사리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일변도로 가면 국내 유화업체들의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얻는 효과도 적지 않다.

연구개발(R&D) 교류와 공정개선·혁신활동 벤치마킹 등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항목이다.

◇ 불황에 투자하고 호황에 진입하라…주력제품 가격 상승세
한화가 지난해 11월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유화부문 2개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할 당시는 석유화학산업이 '저점'을 통과하던 시점이었다.

'불황에 투자하고 호황에 진입하라'는 원칙에 비춰보면 절호의 매수 기회였던 셈이다.

빅딜 이후 6개월 가량 지나면서 업황 회복의 기미가 나타났다.

한화토탈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파라자일렌은 작년 11월 t당 920달러대에서 이달에는 950달러대로 올랐다.

한화종합화학의 주력제품인 PTA도 같은 기간 t당 720달러에서 770달러로 상승했다.

한화는 이미 작년 하반기 한화화인케미칼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화인케미칼에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 폴리우레탄의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염소를 판매하는데, 인수 당시 1개 라인만 가동하던 것에서 점차 라인을 늘려 조만간 3개 라인 풀가동을 눈앞에 뒀다.

반대로 한화화인케미칼은 TDI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무수염화수소를 PVC 공정에 필요한 한화케미칼에 되팔면서 나름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사업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대회장에 이어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아부은 화학부문을 초일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화그룹 화학부문 6개사 현황>

┌───┬───┬───┬───┬───┬───┬───┬────┐
│ │한화 │여천 │한화 │한화 │한화 │한화 │합계 │
│ │케미칼│NCC │종합 │토탈 │화인 │첨단 │ │
│ │ │ │화학 │ │케미칼│소재 │ │
│ │ │ │ │ │ │ │ │
├───┼───┼───┼───┼───┼───┼───┼────┤
│매출 │39,517│35,694│18,956│87,910│1,366 │9,644 │193,087 │
│(억원)│ │ │ │ │ │ │ │
├───┼───┼───┼───┼───┼───┼───┼────┤
│주요 │PE │NCC │PTA │NCC │TDI │자동차│ │
│사업 │PVC │ │포름산│PX,PE │ │전자제│ │
│ │CA │ │ │PP,휘 │ │품소재│ │
│ │ │ │ │발유, │ │ │ │
│ │ │ │ │항공 │ │ │ │
│ │ │ │ │유,LP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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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