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시장 놀라게 한 '독설 노트'…'결함 마케팅' 통했다
“웃어? 네 점수에 웃어?” “펜은 부잔데 점수는 거지네?”

문구업체 쓰임&끌림의 공책, 필통 등엔 이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직설적인 화법의 ‘돌직구’ 시리즈다. 여기엔 누군가가 웃으면서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네 성적을 보면 물 없이 고구마 백 개 먹은 느낌이야” 등 성적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험지가 양면이었어?” “시험 기간엔 공부 빼고 변기 물 내려가는 것도 재밌지 아주?”와 같이 유머를 섞은 제품도 있다.

최근 쓰임&끌림의 돌직구 시리즈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조기상 대표는 “좋은 자극을 받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학생이 늘고 있으며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자녀들에게 선물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0년 설립된 쓰임&끌림은 지난해 2월 돌직구 시리즈를 처음 출시했다. 조 대표는 신학기 제품의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위해 학교 교문을 찾았다.

이때 그는 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됐다. 조 대표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들의 성향에 맞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말들을 디자인에 접목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엔 공책 1종만 내놨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책, 수첩, 필통, 가계부 등 100종으로 늘렸다. 올 들어 이달 초까지 매출은 지난해 1년 동안의 매출보다 30% 많다.

업계에선 ‘결함 마케팅’의 효과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함 마케팅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결함을 자극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한 가지 이상의 부정적인 언어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런 다음 마법 같은 해결책을 소개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