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꼴찌' 우리은행, 금감원 과열 점검에도 '느긋'
은행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ELS 판매잔액이 20조원에 육박했다. 증권사를 합한 전체 ELS 판매잔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유독 ELS 판매가 부진한 곳이 있다. 우리은행이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이 수조원대의 ELS를 판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1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까지 4대 시중은행의 ELS 발행잔액은 19조5000여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말 대비 6조원 이상 늘었다. 올 들어 연 1%대 금리를 주는 예금에서 이탈하려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은행들은 창구에서 ELS를 적극 권유 중이다. 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에 ELS를 편입해 판매한다.

은행별 판매실적을 보면 지난달 말 국민은행의 ELS 판매잔액은 1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ELS 판매잔액도 지난해 말 대비 1조원가량 늘어 4조1000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4월 2조8500여억원을 판매하는 등 ELS 판매 비중을 늘려 지난달 말 4조75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은행 실적은 저조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우리은행의 ELS 판매잔액은 320억원에 그쳤다. 국민은행 잔액의 3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우리은행의 ELS 판매실적이 부진한 건 ‘파생상품 트라우마’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10~2011년 일본 닛케이225지수 연동형 ELS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가 지수 급락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이보다 앞서 2008년에는 파워인컴펀드라는 파생상품을 팔았다가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손해배상 소송까지 치러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 손실을 본 탓에 내부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게다가 지난 3~4년간 ELS를 판매하지 않으면서 (우리은행 창구에 와서) 관련 상품을 문의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의 ELS 판매 부진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ELS 판매가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금감원은 우선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은행권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ELS 판매에 대해서도) 상시 감시 중”이라며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올 들어 조 단위로 ELS를 판매했던 곳들은 긴장감이 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각 은행에 ELS 판매현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 은행은 창구에서 상품구조·리스크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고 ELS를 판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태명/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