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더니 느닷없이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꼼수에 국민의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겠다면 ‘얼씨구나!’라며 대환영이라도 할 것으로 단단히 오인한 정치였다.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기본 성격과 한계점, 다단계 판매 같은 운영구도까지 잘 알고 있는데 여야 국회는 선심정책의 대상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이런 사실을 명확히 재확인해준다. 국민연금으로 ‘물타기’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42%에 달했다. 찬성은 31%에 그쳤다. 그나마 바로 연금을 받는 고령층에서나 찬성이 다소 많았을 뿐 20~50대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그냥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54%나 된 것도 국민들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 달콤한 유혹을 내놔도 속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가 아니라 60%로도 못 올릴 것은 없다. 2060년으로 예고된 기금고갈 시점을 몇 년 앞당긴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아니면 연금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더 내야만 한다. 그것도 아니면 공무원연금처럼 정부 재정에서 무한정 적자보전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세대와 기업의 부담을 화끈하게 올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선택들이다. 어떤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만도 보험료율을 25%까지 올려 세금형태로 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24%로 문재인 대표 체제 들어 최저라는 지난 주말의 여론조사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소득대체율 50% 제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서 노조와 야당의 협상파기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은 이 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새누리당이 너무 쉽게 50%안을 받아들여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나도는 정도다. 대책 없는 지급률 인상이 가뜩이나 취약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것이다. 국회가 국민 장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포퓰리즘 국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요 정당들은 여론에 귀를 막고 있다. 딱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