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회장 "세 번째 시계 히트작 연내 출시…로만손,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것"
김기문 로만손 회장(사진)은 회사 설립 1년 만인 1989년 위기를 맞았다. 일본업체가 거래처를 홍콩회사로 바꿨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독자 브랜드를 달고 해외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브랜드는 로만손, 시장은 중동이었다. 시계 표면을 보석처럼 가공한 커팅글라스 시계가 대표 상품이었다.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1991년 이라크전쟁이 터졌다. 다시 위기였다. 이번에는 러시아로 날아갔다. 시계 제조업체가 없는 잠재력이 큰 시장을 겨냥한 것. 그는 이곳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으로 8년간 일한 뒤 지난 3월 로만손으로 돌아간 김 회장은 “그동안 로만손의 시계사업이 어려웠다”며 “올해는 시계사업에 집중해 로만손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히트제품 위해 세계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로만손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세 번째 히트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커팅글라스 시계에 이어 표면이 긁히지 않는 이온도금 시계를 제작해 로만손을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새 제품을 내놓기 위해 그는 매달 해외에 나간다. 3월에는 스위스 바젤 시계전시회를 다녀왔고, 4월에는 중동을 방문했다. 조만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돌아볼 예정이다. “해외에 나가면 어딜 가도 구두가 닳도록 시계만 보고 다닌다. 몰입해서 다니다보면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왜 시계사업에 집착하느냐고 묻자 “시계사업은 제대로 하면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자회사 제이에스티나의 주얼리와 핸드백이 잘나가지만 시계사업이 좋을 때처럼 이익률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어 “제이에스티나 브랜드로 쉽게 갈 수 있지만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로만손은 지난해 매출 1586억원을 기록했지만 시계사업 매출은 277억원에 불과했다.

그가 기대를 걸고 있는 시장은 과거 성공했던 해외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중동과 러시아 시장 수요가 줄었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성장하는 미얀마 캄보디아 시장에서 현재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로만손은 신흥시장에서 매스티지(대중적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 하나만 나오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만손은 포트폴리오 기업

제이에스티나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시장은 중국이다. 김 회장은 “최근 중국 신세계-다이마루백화점에 제이에스티나가 들어갔고, 상하이 베이징에 추가로 매장을 열 것”이라며 “중국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소비자 조사를 했더니 젊은 소비자의 80%가 제이에스티나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새로 시작한 화장품사업에 대해서는 “지금은 중국 사람들이 한국 제품이라면 다 살 것 같지만 앞으로 중국시장도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제이에스티나 레드’란 브랜드로 차별화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로만손을 시계 주얼리 핸드백 화장품 등을 갖춘 글로벌브랜드 회사로 만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회사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1988년 처음 시계를 만들어 도매상이 모여 있는 국제시장에 내다팔고 007가방에 수금한 돈을 갖고 비행기를 탈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이제 기업인으로 돌아와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려 한다”고 답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