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3.0, 주민의 마음을 읽어라
정보가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시대다. 단순히 정보를 모으고 재분류하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공급자 중심이던 정보의 분류 및 전달 체계가 사용자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서비스, 건축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사용자 중심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중심 디자인(UCD)’ 같은 단어들을 이제 우리의 삶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자 중심 가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반영해왔다. 기업 광고가 먼저 변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관심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개별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광고가 웹서핑 중에 자연스럽게 보여지도록 하는 데에까지 이른 것이다. 모바일 택시 서비스도 사용자 중심 가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택시를 ‘잡지’ 않고 택시를 ‘부른다’. 택시가 어디에 있는지 또 택시 기사는 어떤 사람인지 휴대폰을 통해 미리 확인한다. 융합과 복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깊숙한 이면에는 이처럼 사용자 중심 가치가 녹아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경기 파주의 대성동마을은 주민 제안으로 민간전문가와 자원봉사단체가 함께하는 주택정비 및 통일맞이 첫마을 관광명소 프로젝트를 마련해 주목받았다. 대성동마을의 한 주부는 “마을 발전을 위한 정책설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정부서비스를 사용자인 국민중심으로 변화시킨 ‘정부3.0’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3.0은 국민을 위한 일종의 ‘맞춤형 정부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 예로 장애인 등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산책로를 알려주고, 등산동호회 사람들에게는 험난하지만 도 전할 만한 등산로를, 가족단위 방문객에겐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장소 위주의 정보를 공공정보로 알려주는 식이다.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갱신할 때 건강검진 정보공유란에 체크를 하면 따로 신체검사를 받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맞춤형 서비스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지금껏 정부의 행정서비스는 공급자인 정부가 일방향으로 제공하는 ‘정부 1.0’에서 양방향 서비스로 발전한 국민 중심의 ‘정부 2.0’, 여기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을 위한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3.0’으로 진화했다. 이런 한국의 정부3.0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찰스 헤이 주한영국 대사는 ‘열린 정부(open government)’를 추진하는 영국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의 정부3.0 서비스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면 그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서비스가 좀 더 즉각적이고 실용적이며 편리해야 한다. 창업준비자를 위해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최신 데이터를 상시적으로 업데이트해주고, 주택구입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마음에 둔 주택의 주변 생활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도 행정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권리를 내세워 공급자인 정부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주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주 대성동마을의 주부처럼 마을발전 계획을 정부에 직접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3.0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사용자 중심의 가치철학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

조삼섭 < 숙명여대 교수·한국PR학회장 josamsup@sookmyung.ac.kr >